Y-Review

[Single-Out #330-3] 백현진 「A5」

백현진 『Csimplex 04』
76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0.12
장르 일렉트로니카
레이블 잔파
유통사 리웨이뮤직앤미디어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신보에서도 가장 단단하고 리듬구조로만 되어있는 이 곡에서, 백현진의 목소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 앨범의 수록곡 일체는 '노래'가 어떻게 성립되는 지에 대한 문체 탐구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다만 특유의 무미건조한 리듬구조만 계속 반복할 뿐이다. 반복의 문제는 백현진의 음악에서 의외로 자주 등장하던 테마였다. 누군가는 『손익분기점』(1997)을 키치라고 불렀겠지만, 그에겐 하나의 패턴을 줄기차게 말하며 비비 꼬는 작업이었다. 백현진은 반복에 관한 성찰을 누구보다 앞서서 먼저 실천한 셈이다. 이 곡은 ‘반복’이란 테제를 끊임없이 노출시키는 선에서만 굳힌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곡을 들으면서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 곡을 백현진의 진수만을 가려 뽑은 반복 구조라고 할 것이다. 아무래도 좋다. 우리가 이 곡에 대해 어떤 가치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백현진은 도망갈 것이다. 결국 음악은 듣기 전과 들은 후가 얼마나 달라졌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이 곡을 들은 후가 그 전보다 조금 달라졌다고 판단했다. 단순하게 반복되지만, 쉽게 만들 수는 없을 리듬구조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감이 잘 안 잡힌다면, 앨범 전체를 트랙 순서대로 천천히 들어볼 것을 권한다. ★★★

 

[박병운] 다른 음악인에 비해 백현진의 시도엔 아무래도 귀를 쫑긋 더 세우는 것이 있다. 창작의 의도와 배경의 바탕엔 음악인이 아닌 미술을 기조로 한 전반적인 작업에 대한 염두가 있는 것인지, 자신만의 목이 있는 보컬리스트로서의 백현진식 어덜트 컨템포러리와 이 전자음악 사이의 공란에 대해선 어떤 사고와 생각을 해야 할지 등. 고정된 패턴에 조금씩 벗어나거나 정형화하지 않은 그만의 패턴 찍기는 그의 이력 자체에 대한 비유일까, 음악 만들기의 작법에 연관한 작가론의 키워드일까. 행여 이런 고민을 하는 난 이미 작가의 속임수에 빠진 것은 아닐는지. 가깝게 들리며 낙차가 바로 진동음을 바로 만드는 사운드들이 곡 내내 이어진다. 생명체의 고동에 비유하기에도 민망할 남루한 음은 삶과 일상의 거창한 비유를 거부할 듯 차갑고 황량하다. 낮은 온도와 감정이 성립되기도 힘든 아득한 거리감이 청자에게 던지는 그 인정사정없음의 핵심이라면. 아. 무섭다. ★★★

 

[차유정] 짧은 순간 동안 소리 사이즈의 최소화와 예민한 감각의 극대화를 더불어 실행한 것 같다. 건조한 사무실에서 크고 칙칙하게 들려왔던 종이 뽑는 소리를 음으로 단순화했다는 발상이 기발한 부분이고, 최소한의 형태로 만들어진 소리가 조금 더 본질적인 멜로디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함께 예민해 질 것을 요구하는 느낌의 구조는 상당한 긴장으로 다가오는 부분인데, 그것이야말로 백현진이 리스너들에게 원하는 태도 라는 생각도 들었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5
    A5
    -
    백현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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