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운] 아시안체어샷은 희망이었다. 씬의 선배 중 일부는 기대주와 신진들에게 잠비나이와 이들을 모델로 하여 쫓으라 촉구하였다. 그 연유는 흥과 타령, 끓는 소리가 서린 소위 한국적인 무엇과 서구의 개러지/사이키델릭과의 접합이라는 어떤 이상형을 구현한 탓일 것이다. 조금 앞서 등장한 개러지 록 씬의 밴드가 주춤하던 시기였던 이유도 컸을 것이다. 매체에서 타 밴드들보다 올라간 인지도를 가지게 되기도 하였으나, 정작 비단 융단을 깔아줄 밴드 씬의 환경은 마련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멤버 교체의 난항은 적지 않은 제동이 되었을 터. 이런 국면들은 만신전(萬神殿)을 연상케 하는 범 아시아적인 음반 아트웍이 주는 어지러움 안에 이식된 듯하다. 본 싱글은 '빙글뱅글'한 상황 뒤에도 우리가 아시안체어샷에게서 기대하는 대개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고 있다. 한국 전통음악 일부에서 추출되는 흥과 격동의 리듬감, 여전히 진군하는 록 넘버의 구성은 밴드의 건재한 귀환을 보여준다. ★★★★

[정병욱] 아시안체어샷의 경력은 이제 2집을 낸 밴드치고는 무척 화려하다.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은 차치하고 네임드 밴드들이 고루 출연한 《TOP밴드3》(2015)에서 우승했으며, 미국 《SXSW》 참가 및 해외 투어도 다녀왔다. 결성 이후로는 7년만이고, 밴드 멤버들 역시 이전 경력 탄탄한 베테랑들이라고는 하나 근래 대한민국을 무대 삼은 하드록 밴드로서는 분명 가장 성공적인 이력 중 하나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음악에 관성으로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니다. 총체적으로는 동류의 감성과 비슷한 미학의 반복일지언정, 세밀하게는 개별 노래에 적합한 사운드와 서사를 충분히 구사해내는 것이 이들의 음악이다. ‘한국적인 록’, ‘타령 록’이라는 수식어는 뻔하고 재미없지만 이들에게 여전히 잘 맞아떨어지는 표현이자 고유한 개성이다. 크고 작은 어감이 합쳐진 “빙글뱅글”이라는 제목과 순환하는 인생사를 흥과 순응으로 표현한 주제 및 사운드가, 겉과 속의 모순 없는 결합을 이룬다는 점에서 이 노래는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 앨범 커버의 요란한 만신전 이미지부터가 일원적인 태도와 가치에 대한 정반대의 논거이자 항거가 된다. 핵심 모티프를 드라마틱하게 관철하고 궁극의 숭고한 구원을 재촉하기보다,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기타 리프로 순간을 즐긴다. 마치 율격에 맞춘 듯한 가사로 기타 솔로와 합을 주고받는 보컬을 통해 조화를 청종하는 것이다. 날카로운 기타 사운드와 흥 오른 샤우팅에도 날선 질투와 열화와 같은 분노는 조금도 찾을 수 없다. 아시안체어샷에 기대하는 감상, 곧 구수한 장단과 꺾기로 대표되는 우리식의 ‘속(俗)’을 바다 건너 블루지, 사이키델릭의 감각과 결합한 감상을 들려주면서도, 그것이 불분명한 혼합주의나 난잡한 의식을 나타내고 강렬한 각성을 의도하기보다, 주제의 뚜렷한 제의를 순전히 만끽함으로써, 이제 확고한 경지에 오른 밴드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다. ★★★☆

[조일동] 낯설지 않은 연주 패턴을 새로운 톤과 구조로 다시 엮어내니 블루지한 하드록에서 타령,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록이 한 몸이 되어 튀어나왔다. EP 『소나기』(2015)의 완성도로 아시아체어샷의 성취에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다. 이번 앨범은 벌떡 일어나 환호하지 않을 수 없는 경지다. 손희남의 기타는 꼼꼼한 톤으로 무장한 채 미려하면서도 선 굵은 연주를 들려준다. 굵직한 리프와 개성 가득한 기타 솔로가 곡을 지배하면, 황영원의 베이스는 기타의 굵은 선을 따르다가 툭 드럼에게 자리를 양보하다 다시 달려들며 (아닌듯) 으르렁댄다. Budge를 연상시키는 고음을 쏟아내던 황영원은 이제 그 누구도 아닌 황영원의 목소리를 토해낸다. 곡 후반부 플로우탐과 탐탐을 오가며 독특한 타령 리듬을 쏟아낼 무렵 황영원이 들려주는 코러스와 효과음의 만남은 가히 감동적이다. 이건 아시아체어샷의 음악, 놀라운 아시안체어샷만의 음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