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그리고 제다이의 귀환

공일오비 『Lucky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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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장르
Verbal Jint의 "015B's Back!"이라는 가사처럼(「그녀에게 전화오게 하는 방법」) 10년만에 공일오비가 돌아왔다. 어떤 뮤지션이 마이크를 놓고, 또는 기타를 놓고 음악을 그만두겠다고 말하며 사라졌다가 어느날 앨범을 내고 돌아오는 일이 결코 신기한 일은 아니지만, 이들의 컴백이 주는 의미는 사뭇 남다르다. 이들은 90년대의 중반, 느닷없이 마지막 앨범을 내고 가요계를 떠났는데, 그 이전까지 공일오비라는 팀은 대한민국 오버그라운드 음악계에서 가장 유력한 팀 중 하나였다. 「아주 오래된 연인들」(1992)과 같은 곡은 클럽에서의 가장 큰 히트곡이었고「신 인류의 사랑」(1996) 으로 그들은 《가요톱텐 》 정상이나 10대가수의 자리에까지 오르는데, 이는 아이돌이 아니거나 TV를 출연하지 않는 밴드로는 봄여름가을겨울 등과 함께 거의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대중들의 환호와는 별개로 심각한 뮤지션쉽을 음악성의 가장 큰 잣대로 여기는 일부 평론가들에게 그들의 음악은 좀처럼 높게 평가받기 힘든 종류의 것이기도 했다. 독특한 음악세계와 세련된 어프로치만큼 그 평가의 양상도 엇갈렸던 그들이었지만 한가지 부인할 수 없었던 사실은 공일오비, 특히 리더인 정석원의 음악적인 능력이 90년대를 통틀어도 유독 빛을 발한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것과 지나간 것을 적극 활용할 줄 알고'(강헌), '진지한 것과 유치한 것을 조화시킬 줄 아는'(김영대) 다는 평가처럼 그들은 확실히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해체를 공식선언한 그들이었지만 적어도 정석원의 음악활동이 멈추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해체 3년만에 이가희라는 신인여가수의 데뷔 앨범 『Leegahee』(2001) 를 통해 마치 그 자신의 앨범처럼 그간 쌓아온 리듬프로그래밍의 온갖 기교가 담긴 음악들을 선보였고, 최근 몇년간 가장 성공적인 (음악적으로,또는 대중적으로) 여자가수의 앨범으로 평가받는 박정현의 4집 『Op.4』(2002) 로 실질적인 컴백을 이루어 냈다. 그에게 가장 적대적이었던 한 평론가에게조차도 이 음반에서 만은 그의 감성적인 음악만들기에 더이상 딴지를 걸지 못했는데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사실 음악인들에게 창작력의 전성기라는 것은 어느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한 시대를 호령하던 음악인들도 어떤 시기가 지나면 더이상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는, 또는 그것을 떠올릴만한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본다면, 공일오비의 정석원은 적어도 그들의 전성기라고 믿어졌던 90년대의 중반이 훨씬 지난 2000년대에 와서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그리고 뛰어난 음악을 만들 재능과 노력을 겸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점은 그와 같은 시대를 점유했던 일련의 뮤지션들 - 서태지, 신해철, 이현도, 윤상, 김현철, 김형석, 조규찬 등 - 과 비교해보면 그 변별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리뷰의 제목을 '제다이의 귀환'이라고 붙인것도 그와같은 이유이다. 단순히 한때를 주름잡던 왕년의 스타가 돌아온 것이 아니다. 그들의 새 앨범이자 컴백작 『Lucky 7』을 들으며 '오비 원 케노비'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바로 '루크 스카이워커'로 돌아온 것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컴백을 앞두고 그에대한 부담감을 여러차례 피력하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같은 음악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던 그들은 과연 그 말이 허언이 아닐만큼의 '새로움'과 '낯설음'을 표방하며 다시금 대중들에게 숙제거리를 던져 놓았다.

이번 앨범이 담고 있는 방향과 의지는 타이틀 곡이자 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인 「처음만 힘들지」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들이 이곡을 무려 10년만의 컴백앨범이라는 무거운 자리의 '상석'에 앉힌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이것이 공일오비이기 때문이다. 패밀리와 MSX에나 쓰였던 경박한 음원의 리듬, 단조롭지만 훅이 강한 멜로디, 흠잡을 데 없는 구성력, 그리고 정석원의 전매특허인 리듬편곡, 전혀 심각하지 않은 하지만 재치있는 가사. 두말할 나위 없이 이것은 공일오비의 곡이다. 동일한 멜로디를 벌스(verse)마다 다른 보이싱(voicing)으로 변화를 주고, 각 절 파트마다 다른 리듬편곡의 배치, 그리고 급기야 마지막에는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한 화끈한 리듬을 선보이는 이 곡은 정석원식 댄스뮤직의 전형이자 정점이다.

버벌진트의 랩을 앞세워 (그가 속지에 써놓았듯) Kanye West식의 편곡으로 마무리 한 「그녀에게 전화오게 하는 방법」이나 흑인프로듀서 Lil' Jon의 Crunk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너 말이야」, 역시 전형적인 2000년대식의 힙합리듬인 「No Way」에서 그의 의도는 보다 명확해 진다. 그는 고유한(또는 잘하는) 스타일에 머물러 그것을 변주하려 하기 보다는 늘 새로운 트렌드와 장르를 섭렵, 그 안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과의 교집합을 찾아내려고 하고 있다. 90년대 이후의 가요계를 통틀어서도 그의 댄서블한 리듬감과 편곡은 주목할만한 수준이다. 박진영, 이현도, 박근태, 김도훈 등과 함께 가장 앞선 감각을 들려주는, 시쳇말로 '간지비트'라 불러 어색하지 않은 이 같은 트렌드에 대한 민감한 감성은 결국 이번 앨범에서도 공일오비의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그루브와 리듬의 무게는 강렬하다기보다는 매끄럽고 나긋하게 마무리 되어 있는데 이 점에 있어서도 여느때의 공일오비와 큰 차이가 없다.

공교롭게도 짝수 번호대의 트랙들에는 슬로우 넘버들이 주로 포진되어 있다. 아마도 사람들이 공일오비를 기억하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한 감미로운 발라드는 역시 이 앨범에도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그것은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는 사이드 디쉬에 지나지 않는다. 낯선 메인음악을 중화시켜주는 사이드 디쉬. 「나 아파」, 「우린 같은 꿈을 꾼 거야」와 같은 컨템포러리한 알앤비가 있지만 그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로 명백히 대중들을 고려한 포석일 따름이다. 다만「모르는게 많았어요」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멜로디 감각만큼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2000년의 첫 십년을 여는 중간지점에서 만나게 된 공일오비의 일곱번째 앨범, 그것도 10년만의 컴백앨범에서 그들의 지난 여섯 장에 대한 의문이 조금씩 풀어진다. 이런 점에서는 스타워즈의 최근 시퀄과 닮아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여섯번째 앨범은 그들 음악의 완성이 아니라 하나의 지점이었을 뿐이라는 사실. 그들은 음악의 심각함이나 누군가의 평론 한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은채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음악을 자신이 가장 원하는 방식대로 여과없이 풀어놓고 있으며 이것은 여섯 장의 앨범, 특히 6집 앨범을 끝으로 그들의 음악을 결산하려고 했던 이들(필자를 포함)에겐 굉장히 의외의 결론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역시 공일오비답다고 할까? 「간장드레싱 레시피」, 「성냥팔이 소녀」같은. 낯익은 인디의 음악들을 예상치 못한 진행과 편곡으로 비틀어 놓는 것이나 힙합,알앤비라는 2000년대식 주류를 무기로 컴백을 감행한 것은 과연 그들답다. 항상 '키취'라는 비난의 대상이었던 모습들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말이다.

Credit


# 015B 싸이월드타운 : http://town.cyworld.nate.com/015b

 

● Track List

 

1. 처음만 힘들지

2. 나 아파

3. 그녀에게 전화오게 하는 방법(feat. 버벌진트)

4. 잠시 길을 잃다

5. 성냥팔이 소녀(feat. 호란)

6. 우린 같은 꿈을 꾼거야

7. 너 말이야(feat. 박정현,다이나믹듀오)

8. 모르는게 많았어요(feat. 유희열)

9. 간장드레싱 레시피

10. No way

11. I hate you

12. Vanilla(Bonus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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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정석원

작사,작곡,편곡: 정석원

믹싱 엔지니어: 성지훈

녹음: Bay Studio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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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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