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중견가수 싸이, 그에 걸맞은 위치를 고민할 시기는 아닐지.

싸이 『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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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장르
싸이도 벌써 4집입니까? 신나고 재미나게 달려온 그의 음악인생도 이제 어느덧 그 세월만큼의 무게감을 획득할만한 시기에 이르렀네요. 싸이는 어떤가수입니까? 대한민국 가요사 전반을 휙 훑어보아도 그처럼 독특한 '오버그라운드의 강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트렌드의 리더이거나 장르의 창시자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대다수의 아이돌 가수와 맥락을 같이하지만 비타협적이고 비호감/호감의 교차전선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이슈를 만들어 내는 점에서는 그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음악은 또 어떻습니까? 일찍이 모 힙합 뮤지션은 그를 두고 '그의 음악은 힙합이 아니다'라고 디스를 퍼부었죠. 그 말참, 일리가 있고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 힙합뮤지션의 진정성과 음악적 성과는 여전히 모호한 것으로 남게 되었지만 싸이의 인기와 위치매김은 하늘높은 줄 모르고 탄력을 받아 올라가고 있죠. 대다수의 평론가들과 동료 힙합뮤지션들이 싸이에 대해 오해한 것이 하나 있다면 싸이가 과연 음악을 잘 할줄 모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결코 아니었죠. 그는 시대정신을 이끄는 뮤지션은 아니었지만 필요한 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에 충만했고, 거기에 아티스트로서는 갖기 힘든(심지어 딴따라를 자처했던 박진영조차 하지 못했던) 양아치 마인드를 구비, 솔직함이 미덕인 신세대의 코드와 절묘히 맞아 들어갔습니다. 그는 음악을 잘하지만 잘한다고 하지 않았고, 신나지만 가오잡지 않았으며, 깊이가 있지만 가식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늘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늘 그렇듯이 문제는 음악입니다. 그의 음악은 이번에도 할말 많은 양반들의 펜대를 멈칫하게 만들 정도로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면모를 풍기고 있을까요. 아쉽게도 이번에는 무언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앨범을 주름잡는 주된 정서는 역시 변함이 없습니다. 신세대 양아치, 놀기 좋아하는 놈, 그리고 할말은 다 하는 놈, 그렇습니다. 역시나 싸이, himself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어프로치가 굉장히 어색하고 무언가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다수의 곡을 외주로 맡기는 등 작사/작곡가로서의 면모가 약해졌는데 이는 전반적으로 다양함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를, 음악적인 깊이와 통일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부정적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특히 예전 히트곡들의 포맷을 답습하는 일부 곡들, 지나친-그렇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피쳐링의 남발은 그가 세번째 앨범까지 보여줬던(특히 두번째 앨범) 음악적 성과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음반이 대중들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얻어낸다고 해도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김태우가 참여한 「인스턴트」는 싸이의 절묘한 글쓰기와 김태우의 호소력짙은 (그는 진정 피쳐링의 강자입니다) 보컬이 어울린 훌륭한 '가요'입니다. 추억의 인물 (그렇지만 과연 센스있는 초이스라고 말할 수 있는) 을 중용해온 그의 전략을 답습한 「어른」의 목소리는 다름아닌 조덕배입니다. 비음가득한 노스탤지어 그 자체인 조덕배의 음악과 싸이의 만남이라, 이런것은 싸이가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적인 완성도를 떠나서 말입니다. 명백히 롱런을 기대하고 집어넣은 이재훈의 목소리가 어울린 곡은 김건모 최고의 곡중 하나를 샘플링, 리메이크한 「아름다운 이별2」입니다. 다이내믹 듀오와의 다이내믹한 어울림이 듣기 좋은 「죽은 시인의 사회」도 좋은 노래입니다.

문제는 음악 자체는 아닙니다. 음악을 다 듣고 음악 자체에 대한 수준을 수치로 표현해보라면 저는 예외없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어반복과 설득력, 앨범 전체의 통일성과 메시지의 일관성, 새로움과 옛것의 자연스러운 조화는 늘 좋은 음반의 과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면들에서 싸이의 싸집은 결코 성공작이라고는 할 수 없는 찜찜함이 있는 음반입니다. 그의 다양한 사운드와 편곡은 재밌지만 새롭지는 않고, 앨범은 완성도를 논하기에는 지나치게 어지러운 느낌입니다. 새로운 것의 비중보다는 동어반복과 진부함이 느껴지는 일부 트랙은 싸이의 능력을 의심케 한다기 보다는 그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할 여지를 줍니다. 그의 전매특허인 여성들에 대한 노골적이며 그야말로 므흣한 디스인 「양아치」는 이제는 재미있고 신선하다기 보다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스피커를 울려댑니다. 

Credit

 

홈페이지  www.psypark.com


●Track list

1. Alarm

2. 인스턴트 feat. 김태우

3. 연예인

4. 어른 feat. 조덕배

5. Jump feat. 이하늘

6. 친구놈들아

7. 아름다운 이별2 feat. 이재훈

8. 양아치

9. 애주가 feat. 리쌍

10. We are the one

11. 죽은 시인의 사회 feat. 다이나믹 듀오, 드렁큰 타이거, 타샤

12. 노크 feat. IVY

13. 비오니까

14. 싸이코 파티

 

●앨범정보

프로듀싱: 싸이 for Yamazone music

레코딩: 이강민, 이충주, 오성근, 구자훈, 박재현, 이경준, 곽은정

믹싱: 성지훈, 고한종

마스터링: Tom Coyne

디자인: 김현석 for Media square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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