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정기고처럼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겐 기교가 그다지 필요없을 것이다. 정기고의 장점은 적어도 이 사실을 아티스트 스스로가 잘 안다는 점에 있다. 그의 보컬은 애써 화장하지도 포장하지도 않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더 확장시키자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집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자신 안에 남아있던 기교를 천천히 탈색시키기 위한 모색의 시간이었다고. 그가 선택한 자리는 어쩌면 무기교의 기교가 지칭하는 바로 그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타이틀 곡을 들으니 그런 생각이 선명해진다. 그러나 그 점이 어떤 포기라고 볼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그가 자신의 음을 취하는 방식에 있다.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리듬감과 유연성을 정말 최소화시키며 자신이 아닌 음악을 강조하는 게 그의 방식이다. 요컨대 그의 보컬에서 리듬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그것을 강조하기위해 자신의 보컬을 주로 밀지 않으며, 자연스레 감정을 수렴한다. 이 곡이 정기고의 최고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이 곡이 정기고의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느정도 긍정할 수 있다. 그렇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

[김정원] 정기고는 확실히 스타쉽과 계약한 이후 좀 더 팝한 알앤비를 지향해왔다. 나아가서는 보다 발라드에 가까운 결과물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 이전이라고 노선이 아예 달랐던 건 아니지만,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색채 중에서 비교적 이지 리스닝 계열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음악적 성향을 어느 정도는 부각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큐빅 시절부터 지금까지 데뷔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제야 발표한 첫 정규 앨범 『Across The Universe』도 마찬가지다. 중간 정도의 템포를 유지하는 편안한 팝 알앤비가 주를 이루는데, 그에 대표적인 예가 타이틀곡 「Across The Universe」다. 누군가는 이 곡을 듣고 어떤 특별한 감흥을 느끼기에는 기청감만이 든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정기고가 가지고 있는 대중적인 이미지나 그에 걸맞게 취하고 있는 지향점을 고려하면, 그런대로 무난하며, 혹평을 하기 어려운 곡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유성은] 앨범의 다른 곡들 처럼 직접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여 메가 히트곡 「썸」(2014) 이후부터 이어진 특유의 로맨틱한 무드를 이어가는데 성공한다. 보컬리스트로서 정기고의 매력은 수줍은듯 달콤하게 청자를 간지럽히는데 있다. 이는 2002년 인피닛플로우의 「Respect You : Urban Night Mix」(2002)에 큐빅의 명의로 참여했을 때부터 이어온 경향성의 계승이기도 하다. Frankie J의 히트곡 「Don't Wanna Try」(2003)가 떠오르는 간절한 멜로디 전개에, 최근의 조류를 따른 어반한 연주는 「비처럼 음악처럼」(1986), 「비오는 거리」(1997) 등과 함께 비가 오면 생각나는 곡으로 이름을 남길 듯 하다. 깔끔하면서도 세련되고 달콤하게 빗속을 가로지르는 미디움템포의 알앤비의 로맨틱함에 흠뻑 빠져보자. ★★★☆

[차유정] 전작에서 들려줬던 진중하고 부드러운 보이스의 세계, 심지어 「썸」에서조차 놓지 않았던 그 묵직함을 똑똑히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부드러움의 세계로 가볍게 안착한 사람의 편안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스타일이 바뀌기 전에 그 과정을 다 알고 싶어질 정도로 낯선 것도 사실이다. 아티스트가 상업적 선택을 어떻게 하는지는 온전히 그의 맘이지만, 너무 편향된 방향으로만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