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87-5] 팎 「곤마」

팎 (Pakk) 『곡소리』
2,42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03
Volume EP
레이블 일렉트릭뮤즈
공식사이트 [Click]

[김병우] 사운드가 제목을 은유한다. 맺고 끊음이 확실한 연주. 곡 전체가 억눌린 것처럼 들리는 믹싱이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꽉 차 있다. 단단한 껍질을 두르고 몰아치는 기타의 사운드가 우직하다. 그렇게 형국을 만들고 몰아간다. 몰아간 자리에서 넘어가기 전의 다급하고 진중한 사운드를 이 곡은 은유한다. 포스트락의 매력은 바로 그런 데에 있다. 언어로 말하는 탈출이 아니라, 탈출의 에너지를 선형으로 밀어붙이는 것. 이 곡은 그 에너지를 좁은 상자 안에 집어넣은 곡이다. 그런 응축력으로 인해 곡은 심연에 걸맞는 에너지를 품게 된다. 둘러싸인 나머지 온전한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때, 우리는 그 애처로운 동물을 곤마(困馬)라고 무른다. 이 곡은 제목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

 

[박병운] 작년 앵클어택의 도약을 보고(듣고?) 지금쯤 아폴로18은 어디에 있을까 문득 생각한 적이 있었다. ‘소년에서 외계인’으로의 변이였던 아폴로18 이후 김대인의 갈림길은 아트모와 새로운 해파리소년의 음반이었던 듯하다. 결과상으론 아트모는 팎의 전신이 된 셈이었고, 소년은 잠시 묻어둔 채로 김대인은 역시나 알아듣기 힘든 보컬과 함께 기타를 잡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세돌 이슈 이후에 나온 바둑 용어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되었다) 아폴로18의 음악에 대한 감상을 한마디로 집약해 설명했던 “씨발!”을 여전히 팎의 음악을 듣고도 연호할 수 있는 건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여전히 그런지에 두들겨 맞은 적 있던 세대가 헤비메탈 빼놓고 온통 시도해보는 광경의 재현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이번에도 당사자들이 별로 동의하지 않을 포스트록 장르명을 꺼낼지도 모를 일이고, 에라 모르겠다 하드코어로 눙치자라고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거무튀튀한 음악(들)은 반갑다. 번외 언급 하나, 창작자 김대인의 창작력의 동인에 UFO에 이은 거인 같은 상상력이 지탱하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 역시 반가운 일이다. ★★★☆

 

[박상준] 「분진」이 고작 3분 정도로 편집된 이상 앨범의 베스트트랙 자리는 무조건 「곤마」다. 처음부터 속도를 빠르게 유지하다 중반부터 연주의 세기를 높여가는데, 이 과정에서 3인조 포맷으로 할 수 있는 최적의 수는 부드럽게, 유연하게 이 템포를 올리는 것이다. 팎은 감정선의 큰 변화를 배제하고 처음부터 쭉 하나의 오르막을 만드는 편을 선택했다. 그래서 마치 정상에 다다른 듯한 마무리가 「수귀」로의 이음새를 기가 막히게 한다. 특히 김태호의 드럼은 그 어떤 오차도 없이 곡의 전반을 이끌어가며 한없이 목적에 충실하다. 다만, 대부분의 곡에서 하이라이트를 다루는 방식이 같았고 기타의 톤 역시 조금 지루하다 싶을 만큼 무난하고 일정한 탓에 아쉬움이 남는다. 적어도 김대인 정도의 이름값으로 세션이 아쉽다고 느낄 지점을 주는 건 곤란하다. 트랙의 배치나 「분진」의 허무함도 그렇고 솔직히 반쪽짜리, 라는 생각도 든다. 국내의 밴드 시장을 꾸준히 주목해온 이들이라면 포스트록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목격해왔을 것이다. 출사표로는 더할 나위 없겠으나 한편으로는 데뷔작에서부터 한계를 드러낸 형국이라 좀 난감하다. ★★☆

 

[정병욱] ‘아폴로18’ 김대인의 새로운 프로젝트 ‘팎(PAKK)’의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지만, 기존의 음악적 지향과 이번 앨범 『곡소리』가 담고 있다는 “우리 주변의 끊임없는 슬픔과 절망”을 감안할 때, 공간의 외부와 내부를 구별하는 안팎의 ‘팎’, 나아가 방향성(out of)까지 포함한 의미라면 앞뒤가 잘 맞는 이름일 것 같다. 곧 위기에 몰린 곤마(困馬)가 밖으로, 또 밖으로 계속 해서 탈출을 시도하는 모양새로 「곤마」의 서사는 흘러간다. 듣기에 즐거운 것은 팎의 사운드가, 이야기와 음악의 서사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특정한 장르적 구상을 그리거나 스토리의 발단과 전개를 거치지 않아도, 초장부터 밴드의 소리만으로 위기와 절정으로 치닫는 강렬함이 그 맥락을 고민하고 탓할 필요가 없게 한다. 이것이 헤비니스의 중량감이나, 현악과 EDM 같은 이질적 사운드의 조력 없이 이루어지는 ‘도구 없는 원시적 힘’이라는 데서 카타르시스가 더욱 크다. 곤마가 바다를 향해 서핑보드 위 오르기가 바쁘게 파도를 건넜더니, 그보다 더 큰 파도가 연달아 휘몰아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강렬한 파도들이 몰입도를 높이지만, 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불안감도, 앞이 예상되는 인위적 스토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불가항적으로 구상화된 자연적 발산과 절묘한 타이밍으로 계산된 파동 사이를 한숨에 몰아쳐 빠져나온 듯, 「곤마」의 서사는 처절하고 끈질기게 요동치면서도 마지막까지 일순간도 흩어지지 않는다. ★★★★

 

[차유정] 마치 폭우가 쏟아지는 것처럼 쉴새없이 휘몰아치는 기타리프보다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건, 단순하지만 허를 찌르는 베이스 라인이다. 화려함보다는 강렬함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싶어하는 아티스트의 욕망이 느껴진다. 익숙한 듯한 멜로디 속에서도 뻔하게 다가오는 지루함을 차단해버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영악하고 신기한 곡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곤마 (in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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