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크림빌라(Cream Villa)가 발표한 첫 번째 앨범 『In The Village』(2015)는 분명한 역할 분담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그중에서도 익스에이러는 각 곡의 중심을 잡아주는 반블랭크와 로벤과는 달리 좀 더 저돌적인 랩을 뱉으며 일종의 ‘데미지 딜러’ 역할을 했었다. 「Trumrap PT.2」는 그런 익스에이러만의 와일드함이 묻어나는 인토네이션과 플로우 디자인이 극대화되기에 적합한 구조를 띠는 곡이다. 트랙은 기본적으로 무료 공개곡 「Trumrap」(2014)의 속편답게 트럼펫을 메인 악기로 적극 활용한다. 다만, 이전과는 다르게 각 래퍼의 벌스를 정확히 반으로 쪼개 급작스럽게 속도감을 준다. 그 위에서 적절한 완급조절을 더 해가며 유려한 움직임을 보일 줄 아는 저스디스와 넉살이 익스에이러와 함께 자신들의 충만한 프라이드를 격렬히 토해낸다. 이로써 곡은 구성 자체가 흥미로움과 동시에 좋은 밸런싱을 통해 부분적으로는 다이나믹하고,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모양새를 갖춘다. 아마 힙합 음악에서 주로 랩이라는 방식이 선사하는 청각적 쾌감을 즐기는 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

[박상준] 전적으로 스케리피의 공이 크다. 카노와의 작업 때에 어쩌면 난해했을 채플린이란 컨텐츠를 브라스부터 작은 신스 샘플까지, 섬세한 손길로 하여금 무드를 직조해내어 근사한 오프닝으로 이끌었던 솜씨 말이다. 그를 힙합의 영역으로만 가두는 건 모순이다. 하이플라이즈의 작업기는 빌보드 차트에서 볼 법한 일렉트로 댄스의 어프로치가 있었고, 「Trumrap PT.2」처럼 인스트루멘탈이 그 자체로 화려한 브레익인 경우도 많다. 그리고 바로 이 곡에서 이전의 작업들과 크림빌라로서의 공고한 힙합이 균형을 이룬다. 영화음악의 작법이 아닌가 싶을 만큼 다채롭고 구속이 없다. 물론 꾸준히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익스에이러의 랩이 이루는 서사도 만만찮다. 거기에 명불허전의 저스디스와 넉살의 가세가 마침내 이 곡을 ‘약간 더 까다로운 2016년의 「작두」’로 만드는 것이다. 풀랭스가 아닌 게 아쉬울 따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