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이리오너라 업고 놀자"라는 구절로 우리에게 대표되는 「사랑가」에서 모티프를 따 현대적 감각으로 창조된 여러 아티스트들의 곡들을 담은 옴니버스 EP 『사랑가』에 술탄오브더디스코가 제공한 노래. 춘향가의 핵심 가사 구절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이를 일부러 혀를 꼬아 발음해 노래하면서 외국어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의도한 재치도 흥미롭고, 마치 Mamas Gun의 음반을 듣는 것 같은 70년대풍의 고전적 펑키 소울 그루브를 편곡 전편에서 세련되게 구사한 것이 이 곡을 이벤트성 싱글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스튜디오 버전도 괜찮지만, 이 곡은 라이브에서 더 제 가치를 발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박병운] 포문을 여는 브라스 대신에 곡을 채우는 것은 디스코/훵크의 흐름 안에서 자잘하게 쪼개지는 쾌감을 대변하는 키보드와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는 나잠수의 보컬이다. 한국 중세음악의 구절만 가져다 왔을 뿐, 작법에 구애받지 않은 – 애초에 이 음반의 목표가 그랬을 것이다 – 이들만의 재기와 깔끔한 마무리가 참으로 미덕이다. ★★★☆

[박상준] 돌려 말할 것 없이 끝내준다. 70년대의 훵크와 이후의 부기(Boogie)를 교묘히 섞어놓은 듯한 연주의 ‘사랑가’라니. 쓸데없이 국악의 요소를 도입하지 않아서 우러르게 되고, 그토록 유명한 훅에 그루브를 선사한 건 그야말로 신박하다. 금방 샘플링한 것만 같다. 재창조 말고 그냥 생창조다. 오리지널리티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부여한 건 또 어떤가. 일단 붕가붕가 최고의 보컬 중 한명이자 훌륭한 프로듀서인 동시에 3분여 동안 거의 1인 3역을 수행하는 나잠수에게 경의를 표하며 하루빨리 2집이 나오면 소원이 없겠다. 『사랑가』 앨범 자체가 워낙 괜찮지만 2015년의 사랑가 중 베스트 자리는 두번째달과 술탄이 다툴 것이다. 우스운 이미지로만 술탄을 보는 치들아, 십년만 지나봐라. 불독맨션이 누린 2000년대의 영광, 아니 그보다 더한 것을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차지하게 될 테니까. ★★★★☆

[조일동] 나에게 「SQ : We Don't Need No EQ IQ」은 2015년 상반기 최고의 싱글이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이후 ‘술탄’)의 최근 행보는 ‘물이 올랐다’는 말 이외에 표현할 길이 없다. 물이 제대로 오른 술탄의 다음 행보도 역시나 ‘(육체적) 사랑’을 테마로 한다. 『사랑가』 컴필레이션 수록곡 모두가 마무리까지 매끈/새끈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 곡은 발군이다. 반가성의 목소리로 가사를 반복하는 보컬과 기타의 리듬 커팅은 절묘한 조화를 들려준다. 기타 리듬 위에서 해몬드 톤의 키보드가 솔로를 받아치는 모습은 어떠한가? 모든 악기가 가볍게 치고 들어오지만, 만만한 순간이 단 한 번도 없다. 훵크에 경도된 아티스트 거개가 소위 ‘찐’하고, ‘땜삥’ 강한 소리에 집착하다 스스로 고꾸라졌다면 「이리 오너라」는 영리하게 한 발 물러나 술탄만의 훵크를 직조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SQ」를 통해 검증된 ‘진퉁’의 훵크도 덕분에 더 깊게 느껴진다. 조오~타! ★★★★☆

[차유정]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 대목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들에게는 낮설게 느껴질 정도로 말로 하는 끈적한 희롱이 자극적이다. 원래 훵크가 가지고 있는 끈끈하고 마초적인 요소를 대입하는 텍스트로 춘향가를 소환한 것 자체는 생경한 부분이다. 하지만, 곧 트랙을 꽉 채우는 전자음 때문인지 이러한 의심은 휘발되고, 충분히 쾌활함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그 얼굴을 바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