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 Out #9-1] 고상지 「출격」

고상지 『Maycgre』
2,52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08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프라이빗커브

[김성환] 아르헨티나 유학 시절에 《에반게리온 : 파》(2009)의 예고편을 본 감흥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이 곡은 그의 말처럼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듣는 듯 느낌이다. 하지만 세기말적 전투 로봇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근대의 낭만과 퇴폐주의가 흥미롭게 어울린 시대물의 향기를 느끼게 한다. 지브리가 다시 애니메이션을 언젠가 만든다면 초대될 음악 같다. 반도네온을 갖고 탱고에 얽매이지 않고 그 나름의 컨템포러리 팝을 만들어내는 그의 작곡.편곡 능력은 확실히 발군이다. ★★★☆

 

[김혜연]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가 자기 이름을 내건 첫 번째 싱글을 발표했다. 『Maycgre』는 「출격」과 「Chivalry」 두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트랙 「출격」은 1분 34초의 인상적인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됐다. 지금 유튜브의 공식 채널에는 단촐하게도, 출격의 뮤직비디오 단 한 개만 올라와 있다. 고상지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활동해 왔지만 출중한 연주력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현재 국내에서도 상당한 이름을 얻게 되었다. 윤상, 하림, 정재형, 김동률 등과 작업해 왔지만 사실 연주력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의 유명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했다는 수식은 굳이 필요하지는 않다. 단언컨대 그녀의 연주력은 월드 클래스이다. 이렇게 연주자로서 출중한 실력을 십분 증명해 온 고상지가 이번에는 자작곡 두 곡을 발표했다. 대개 연주자의 솔로 앨범은 ‘한 수 접어주고’ 듣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탱고계에서는 훌륭한 연주자가 탁월한 작곡가, 지휘자, 프로듀서인 경우가 적지 않다. 피아졸라(Astor Piazzolla)가 그랬고, 아코디언 연주자 리차드 갈리아노(Richard Galliano)와 피아니스트 파블로 지글러(Pablo Ziegler)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면에서 『Maycgre』는 고상지가 훌륭한 연주자로만 머물지 않고 탱고의 대선배들이 걸어간 길을 따르겠다는 결심인 셈이다. 싱글 「출격」은 피아졸라 이후 확립된 전통적인 탱고의 체계가 충실하게 구현된다. 매우 파격(?)적인 뮤직비디오와 모범적인 탱고 넘버와의 조화는 처음에는 뻔뻔하지만, 자꾸 들을수록 묘한 조화가 느껴진다. 비디오만큼은 자기만의 취향으로 만들고픈 고상지의 소망이 전해진다고나 할까. 탱고를 오랫동안 들어온 청자의 욕심으로는 고상지의 ‘변칙적인’ 자기 취향이 음악에 적극 반영되었으면 싶다. 피아졸라가 남긴 어마어마한 전통은 이제 한국에 탁월한 연주자를 탄생시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제는, 일렉트로니카 탱고 말고 뭔가 다른 음악을 듣고 싶은 게 솔직한 희망이다. 나는 그게 고상지의 손에서 나왔으면 한다. ★★★

 

[박상준] 이 노래의 주인공이 도입부의 피아노라고 말한다면 실수다. 누가 뭐래도 단 몇 초 이후의 반도네온이 꽉 잡고 있으니. 사람들은 고상지의 작업물을 탱고로 귀결하곤 했으나 「출격」은 소개의 말마따나 동양적 어드벤쳐(《추노》 OST를 좋아한다던데 그래서일까?) 느낌이 강하다. 터놓고 말하자면, 반도네온을 탱고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사고방식과 운용력의 한계이지 싶다. 뮤직비디오를 보라. 아버지는 지구를 지키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건만 끝끝내 아들은 우주로 나가 외계인을 ‘털어’ 버렸다. 그런 백치들을 ‘털기’ 위한 음악이고, 동시에 한국에서 발표된 작품 중 근래 들은 가장 완벽한 연주곡이다. 해외를 포함해도 손에 꼽을 수 있다. 반도네온의 거장 디노 살루찌(Dino Saluzzi)의 『El Valle De La Infancia』(2014)를 포함해도 말이다! 무엇보다 뮤직비디오, 정말 웃기지 않나? ★★★★

 

[열심히] 아니메 덕후의 디테일한 취향을 건드리는 싱글입니다. 도입부/전환부의 역동적인 상승감은 TV판 《신세기 에반게리온 EP.09》의 「Both of you, Dance Like You Want to Win!」(1996)을, 속도감 있는 진행은 x타나카 코헤이(田中公平)의 《마동왕 그랑조트》(1990) 출격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반도네온과 건반이 주도하며 풍성한 현악 세션이 어우러지는 사운드에서는 (그녀를 반도네온에 입문시켰다는) 《드래곤 퀘스트》의 수록곡들이나, 스튜디오 지브리의 잔향도 남습니다. 김동률이나 정재형의 음악 속에 숨겨놨던 매니악함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데, 90년대 비디오를 돌려보며 재패니메이션을 즐기던 분들이라면 탱고 이상의 취향을 오덕하게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 (라디오 패널로 나갔다가 샤이니 종현이 《카우보이 비밥》 팬인 걸 알았을 때 루드비코 작가가 느꼈을 감정이 이랬을라나요.) 다만, 이러한 마니악함을 '취향의 어필'로 봐야 할지, 의도치 않은 결과적 오마주로 봐야 할지 애매합니다. 탱고 특유의 스타카토한 리듬감이나, 젠체 없이 짧게 끊는 호방함(러닝타임이 채 2분이 안 됩니다)에서 탱고 아티스트로서 고상지의 정체성을 느낍니다만, 이 곡만으로는 아직 반반 같아요. ★★★☆

 

[차유정] 반도네온의 형체를 하고있는 머신이 벌이는 전투를 콕피트(비행기의 조타석)에서 지켜본다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전투상황을 가장하고 음악을 들었을 때는 전쟁이 아닌 권투시합을 떠올리게 한다. 부드러운 반도네온의 음색이 마치 무하마드 알리의 주먹처럼 스피드한 타격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출격
    -
    고상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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