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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23] 더블유앤웨일 『Hardboiled』 : 두 번째 쓰는 글

더블유앤웨일 『Hardboi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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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에 한 번, 이 앨범에 대한 감상을 훑었다. (http://music.naver.com/today.nhn?startdate=20081009) 이렇게 상황이 되다보니, 다시 더 쓸 거리를 찾아 이 앨범을 조금 더 샅샅이 들어보기 시작했고, 이하는 그 과정의 편린들이다.

1.
제목이랑은 정말 상관이 없이, 일단 이 앨범은 말랑하다. 첫 귀에 들을 때 '실험적'이라는 수식을 들이밀 만한 곡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곡이 매끈한 훅과 선명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안에 담긴 메시지나 내용물도 사랑만 하다 죽기 십상인 한국대중음악판의 스탠다드에 비출 때 낯설다는 점만 빼면 충분히 수긍할 만한 정서를 담고 있다. 이 앨범에서 하드보일드한 점을 하나 잡자면, 오히려 이런 매끈함 자체가 아닐까 싶다. 대중음악의 사정권으로 정교하게, 하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들어온 이 앨범은 『Where The Story Ends』(2005)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과 조율 속에 만들어졌을테고, 그 과정과 결과 정도가 이들에겐『Hardboiled』 아니었을까.

2.
웨일의 목소리를 종종 김윤아나 호란과 비교하는 의견들이 있는데, 이는 웨일의 목소리 자체보다 곡의 스타일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요컨대, 더블유가 클래지콰이나 김윤아 솔로 앨범 스타일과 어느 정도의 공통 분모를 지닐 때 웨일의 목소리는 그들의 잔상을 남긴다. 이는 『Hardboiled』가 『Where The Story Ends』보다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담다 보니 생긴 일이다. 그보다는, 그녀가 안정적인 '보컬리스트'라는 점 정도만이 기억에 남는 게 더 아쉽다. 보다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줬어도 좋을텐데, 역시 프로젝트성 결합이라 그런 걸까. 김상훈의 목소리를 완전 배제한 것도 좀 아쉽다. 나름 곡이랑 감겨드는 맛이 있었는데.

3. 
앨범 수록곡들은 크게 세 가지 스타일 정도로 퉁칠 수 있는데, 어쿠스틱한 분위기를 일렉트로니카의 방법론으로 조율한 곡들이 주로 전반부에 배치되어 있고, 간간이 신시사이저의 뿅뿅거리는 느낌을 더한 하우스 비트의 감상용 댄서블 트랙들이 앨범 허릿부분 중심으로 무게를 잡고 있다. 뒷부분에는 보다 본격적인 일렉트로니카 트랙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마구 춤춰보자거나 비트의 극한을 쪼개는 스타일은 아니고 굳이 치자면 플럭서스 스타일 - 이승열이나 러브홀릭 같은 - 의 슬로우 팝을 일렉트로니카 식으로 포장한 것에 가깝다. 세 부분이 서로 딱딱 갈라지기보단 세 번의 맥거핀을 전후로 적당히 겹쳐지면서 부드럽게 앨범 전반을 이어간다. 노련한 배치다.

4.
멜로디나 깔끔한 사운드 매무새에 대한 칭찬이 많다. 역시 거기에 묻어가는 척, 사실은 좀 곰씹어 보자. 머릿곡이자 나름 블루스를 표방한 「오빠가 돌아왔다」는 끈적하지 않으면서도 (특히 『Color Your Soul』(2005) 시기의) 클래지콰이 식 '잔잔함을 가장한 심심함'을 용납치 않는, 꽤 훌륭한 장르의 변주를 보여준다. 「Morning Star」처럼 사운드 장치가 아닌 멜로디 자체로 승부하는 곡들에서도 이런 '변주'의 조짐은 마찬가지다. 반주가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루프와 공간감을 배가시키는 장식음은 무난한 포크송이 될 법했던 노래의 주위를 환기시킨다.

모 가수가 말한대로 멜로디를 찍어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거진 다 소비된 지금, 이들이 찍어내는 멜로디도 이들의 디스코그라피 안에서는 새로울지언정 수많은 '전자가요'가 범람하는 지금 그 빼곡한 틈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때문에 이들은 일종의 장치들을 통해 새로운 토핑을 가한다. 「월광」,  「우리의 해피엔드 」처럼 다소 전형적으로 느껴질 법한 코드 진행의 곡들에서는 사운드 면에서의 특징을 잡아내 - 그것은 뿅뿅거리는 신시사이저 소리일수도 있고, 꽤 복고적으로 찍어내는 하우스 비트일수도 있다 - 기청감을 상쇄시키고, 딱히 한 요소만을 곡에서 끄집어 강조하지 않음으로서 반복 청취의 여지를 마련한다.

5.
곡이 많다. 맥거핀을 제외해도 친절하게 기존의 비정규작업 곡들을 묶어서 앨범에 포괄해 주었고 그 트랙이 13곡, 그 대개가 훌륭한 훅을 지니고 있으니 풍성할 수밖에. 단, 이게 정규 3집인지 프로젝트인지 의뭉스럽다. 너무 많은 가지치기는 정체성과 음악적 집중력을 흩뜨리는 경우가 많기에, 물론 시기상조이건만 걱정이 다소 된다. (너무도 소프트한 『Hardboiled』의 완성도 때문도, 조금은 있다.) 그것이 『Hardboiled』의 완성도에 관여하는 바는 전혀 없지만. 

Credit

[Member]
배영준 : Guitars
한재원 : Piano & Keyboards
김상훈: Bass, Guitars & Drums
웨일 : Vox & Guitars

[Staff]
Produced by 더블유
Mixed by 심진보 except Track 08·09·14 by 이용섭(a.k.a DJ Kan-G), Track 13·14 by 임진선(a.k.a Rainbow Tape)
Recorded by 심진보, 임진선 & 민성환
Mixed & Recorded@Fluxus Studio
Mastered by 전훈(a.k.a Cheon "big boom" Hoon)
Mastered@Sonic korea
In the memory of 이용섭
A&R: 김병찬/이준성
Executive Producer: 김병찬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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