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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22] 언니네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 송곳같은 일기

언니네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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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그런 때가 있다. 내가 무슨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이게 지금 해야될 말인지 머리에서 분열이 일어나는 상황.

또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있잖아 진심으로 난 지겹거든.
마음이라는게, 진심이라는게 , 자아라는게 정말 지겨워.
결국 그것도 남앞에서 보여주는 쑈가 아니냔 말이야.
니네가 내 마음을 알아?
알면 어쩌고, 모르면 뭐 어쩔건데.
니네는 영원히 살 줄아냐.
바보들.
나한테 필요한 건 시간이야 빌어먹을 시간이 필요해!!

음반 리뷰를 하랬더니만 쓰잘데기없는 소리한다는 원성이 들린다. 하지만 이 쓰잘데기 없는 넋두리가 어쩌면 음반의 감정을 알 수 있는
키워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번 앨범은 가장 극렬하고 예민하게 넋두리가 드러난 것 같았다.

이발관의 팬들은 물론, 남의 글 염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뜨문뜨문 알려진 이석원의 일기장을 본 사람은 대략 이런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지도 모른다.  이석원은 어쩔수 없는 일상의 균열.  사실 결판이고 자시고 없는 그 무엇. 하지만 결판을 요구하는 현실들에 대해 자신의 일기장에 지독한 환멸을 많이 드러냈었다.

언니네 이발관은 데뷔앨범부터 정말 꾸준히 음악으로 일기를 써오는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밴드지만, '자아'라는 것에 대한 의구심과 어딘가 갇혀버린 나를 어쩌지 못하고 바라만 봐야 하는 나약함에 대한 자학이 전작들이 지니고 있는 주된 요소였다.  그러니까 말할게 있지만 말을 안하면 외려 편한, 하지만 말을 안하는게 명확한 결론도 아닌 그런 것. 하지만 이제 일기장 속에서 꿈틀대던 야성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하면 편한 것,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결론은 궁극적으로 '최대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사운드로 밀어버리고, 그런 음악 안에서 자신을 짓눌렀던 모든 것들에 대해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를 설명해! 너를 표현해봐!!' 라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 이제서야 '저기요, 내가 왜 그래야 하죠?'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이제 한 걸음을 겨우 뗀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번 음반은 많이 아프게 다가온다. 단순하게 부드럽고 편하고 몽환적이라고 느끼기에는 왠지 장거리 마라톤을 하다가 지쳐서 물을 마시는 사람이 자꾸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

아직 마라톤이 안 끝난 것 같다. 진이 빠질대로 빠졌을 때, 그 때 담백하게 뭔가 하는 한마디가 듣고 싶다. 혹은 노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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