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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리뷰 #21] 한희정 『너의 다큐멘트』 : 내가 욕심 부리는, 혹은 그녀가 원하는 음악?!

한희정 『너의 다큐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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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한희정이라는 아티스트가 걸어온 음악적 방향성은 일반적인 음악적 성공/성취의 행보와는 다르다. 오버그라운드(와 인디의 접점 정도)에 위치해 있던 더더밴드의 보컬리스트로 경력을 시작한 그녀는 음악적 실험이나 방향성 모두 인디적 감수성 가득했던 푸른새벽을 통해 한국 인디 음악계의 주목을 단번에 얻게 된다. 이렇게 일반적인 행보(인디→방송→공중파로의 진출 희망)을 벗어난 한희정의 음악적 행보는 여타 아티스트들과 달리 과감했고, 결과물은 훌륭했다. 그런 푸른새벽의 해체는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었고 자연히 첫 솔로 앨범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기 색이 분명히 담겨있다. 곡쓰기 역시 마찬가지. 일정 부분 푸른새벽 시절 이미 만들어 진 것이지만, 이번엔 약간이나마 남아있던 거친 부분을 더 매끄럽고 스산하게 연출하고 있다. 못의 이이언이 코러스를 담당한 「Drama」는 한희정이 이 앨범에서 만드는‘분위기’와 '색깔'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 수 있게 해준다. 특별한 효과 없이 어쿠스틱 기타와 차가운 목소리(그리고 단순한 코러스)만으로도 빈 공간이나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 연출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목소리가 힘이 넘치거나 풍부하고 기름진 톤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음반을 재생할 때 스피커에서 가득한 느낌의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만드는 것은 전곡을 만들고 프로듀싱한 한희정의 능력, 온전한 한희정의 것이다.

첫 곡 「너의 다큐멘트」의 흡입력은 대단하다. 특히 버스 대신 코러스를 전면에 배치한 곡 구성은 앨범의 시작으로 부족함이 없다. 이 앨범의 곡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편곡은 약간의 음도 낭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승전결에 의해 ‘쌈박’하게 결말을 짓는다.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까지 두 곡이 가지는 화려하지 않지만 화려한, 편안하지만 불안한 묘한 이중성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적절한 효과음은 한희정의 목소리와 얽혀 더없이 만족스럽다. 이어지는 「우리 처음 만난 날」은 이미 데모 버전이 공개되었던 곡으로, 더더밴드 시절을 연상시키는 투명한 모던록으로 편곡되었다.

이후의 앨범 구성은 첫 세 곡을 연상하면 된다. 어쿠스틱 스타일의 잔잔한 곡과 약간의 일렉트로니카나 밴드 편성(드럼-일렉트릭 기타-샘플)이 교차되는 방식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1~3번 트랙을 들은 후, 어느새 마지막 곡 「나무」를 듣게 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건 앨범의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한 달을 들어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던 나는 마침내 플레이어에서 랜덤 플레이를 선택해서 들어보아야 했다. 내 집중력이 약한 것인지 혹은 앨범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검증해 본 것이라 할까. 결과적으로 모든 곡은 균일하게 잘 써지고 잘 편곡되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걱정은 어떻게 들어도 훅이 강한 코러스(흔히 ‘싸비’라고 하는)가 강조되는 방식이 악기 편성에 따라 두 서너 스타일을 오가고 있으며, 마지막 소절에서 한 음씩 내리는 특유의 멜로디 라인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한희정의 곡쓰기 방식이고 창법이기도 하며, 그것이 그녀를 특징짓는 것이기도 하다.

개별적으로 보면 좋은 곡, 적절한 악기 배치와 편곡까지 있는데 앨범이 무슨 대수냐고 묻는다면 굳이 나도 따질 마음은 없다. 그러나 하나의 앨범은 좋은 싱글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게 되면 시선은 조금 달라진다. 음악 앨범이란 형식 자체가 나타난 게 40년도 되지 않았기에 절대적 기준이 될 수도 없고, 음악이 디지털-배경음악(BGM)화 되어 곡 단위로 사고 즐기는 시대에 웬 앨범타령이냐고 항변 한다면 나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앨범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현대 대중음악이 싸구려 유흥에서 예술의 지위를 얻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앨범에 실린 「잃어버린 날들」이 19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이 여전히 가려지고 숨겨지는 현실에 대한 노래라고 한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로 역사가 중요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현재는 과거와 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잘 하는 아티스트에게 더 잘 할 것(어떻게 어떻게 만들라고 꼬치꼬치 따지는 게 아니라)을 요구하는 것은 음악 듣는 사람의 권리일지도 모르겠다.

한희정의 첫 솔로 앨범 『너의 다큐멘트』는 아름답고 스산하리만치 투명한 곡들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푸른새벽보다 더 타이트해진 편곡에서 그녀의 욕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자꾸만 더 욕심을 내게 된다. 다양성과 과감한 시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 단순히 곡의 배치 문제가 아니라 곡 하나하나에 앨범으로 만들 때 버릴 것과 다시 취할 것을 더 크고 멀리 보는 시각이 아쉽다. 곡 하나 하나의 완성도를 앨범 전체로 키워내는 배짱과 과감함. 이미 그녀는 노래 하나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자신의 방식을 상당 부분 이룩했다. 그래서 나는 더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더 멋진 아티스트 한희정을 위해서.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대중음악에 앨범 아티스트가 존재하는 한 한희정은 앨범 아티스트로 기억 되기를 말이다.

P.S. 별점이란 것을 매길 때 참 난감할 때가 있다. 앨범으로 평가해야 하나 수록된 싱글의 가치로 봐야 하나 고민해야 하는 음반 앞에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곡 단위의 평가는 최소한 4개 반이고 앨범으로 보면 3개 반 정도다. 그래서 앨범 평가도 비굴하게도 타협을 하기로 했다. 허허허.

Credit

[Staff]
Produced by 한희정
Mixed by 이이언
Mastered by 전훈@Sonic Korea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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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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