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공통리뷰 #20] 갤럭시익스프레스 『Noise On Fire』 : 혼미하고 무책임하게.

갤럭시익스프레스 『Noise On Fire』
519 /
음악 정보

엠넷과 모 맥주 회사의 공동 이름으로 주최된 《Cass Tok Music Festival》(2008)은 이 땅의 뮤직페스트가 그렇듯 내리는 비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나 락 페스트라 명명된 "FIREBALL" 때가 그랬는데, 이 무대를 장식한 팀 중 할로우잰의 무대는 비와 오후라는 시간대 덕에 을씨년함이 더해졌다. 그 을씨년함은 또한 처연함을 안고 있기도 했는데 그들의 간단한 무대장치 때문이었다. 할로우잰의 이름으로 "명복 한국 ROCK"이라고 명명된 근조 화환이 무대 양편에 장식된 풍경은 참 슬픈 것이었다. 현재 시각 가장 한국 락을 대표하는 기대주 밴드가 명명한 한국 락 근조의 풍경이란. 물론 이것은 선언이 아니라 그렇지 않으려는 힘겨운 (바로 자신들의 노래를 닮은 풍경의)몸부림인 것을 알지만서도.

나는 일전에 포스팅(http://cafe.naver.com/musicy/5380)으로 더이상 들을만한 (더블)앨범을 내지 않는 작금의 상황을 '이제는 시장의 야심과 작가적 자존심이 뭉쳐진 더블 앨범의 시대는 확실히 폐막이겠구나'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런 말이 무색하게 이 여름 발매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본격 데뷔작' 『Noise On Fire』를 두고 급작스럽게 희망의 전조라니 더블 앨범 클래식의 재래라니 호들갑을 떨 생각은 없다. 현직 밴드가 근조라는 말로 '언제나처럼의' 불황의 세태를 묘사한 퍼포먼스를 하는 상황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Noise On Fire』는 어떤 의미일까. 적어도 이 앨범의 육중한 중량감과 파장공세를 일으키는 26개의 트랙들은 '한명이라도 더' 작금의 청춘들에게 들려야 할 것이다.

'ROCK'이 아닌 이 나라의 눅눅한 LP '그룹사운드' 앨범 커버에 적힌 '로크'라는 표기법을 사용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정말이지 그때의 시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 '은하급행'은 안전 벨트를 동여메고 출발하면 이내 7.80년대의 열정어린 땀방울 무대를 선사하다, 안전 벨트마저 해체시키는 혼란한 현대의 시간으로 종착역을 알린다. 이 '은하급행'의 주된 에너지원은 락의 유산을 야금야금 씹어먹은 개러지 락을 기반으로 한 펑크와 하드락의 원동력이다.

개중 이 3인조는 한반도에서 탄생한 가장 위대한 3인조였던 '산울림'의 불꽃을 훔친 듯 하다. 「Shadow」, 「불타는 하늘」 등을 듣다보면 불꽃의 비법을 훔쳐낸 3인조의 얄미운 미소가 스친다. 「불타는 하늘」은 70년대에서 90년대로 훌쩍 이동하는 '은하급행'의 주효한 특기를 보여준다. 물론 아예 이를 증명하듯 산울림의 리메이크가 실리기도 했지만.

첫번째 CD엔 개러지를 기반으로 한 펑크 파토스의 난장이 펼쳐진다. 「Youth Without Youth」와 「Psycho」의 파괴력으로 포문을 여는 부분이 펑크의 몫이라면, 「난 어디로」 같은 트랙에서 느껴지는 하드락적인 센스도 인상적이다. 「To The Galaxy」가 두 영역의 접합점 역할을 한다면, 「Jungle The Black」 같은 인기 트랙의 역할은 자명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최종병기들이 위력을 발산하면 모든 것이 꽝! 이따위 행성은 멸망이다.(「Bye Bye Planet」)

라이브에서 행하는 혼미스러운 잼을 미처 못들은 이들을 위한 서비스격인 「Thanx」로 첫번째 CD가 마무리되면, 두번째 CD를 여는 것은 보다 블루지해지고 느슨하나 탄탄한 근육은 잊지 않은 질긴 사운드들의 장이다. 「너의 작은별」과 「넌 또 그렇게」에서 재현되는 '70년대 로크'의 분위기는 「새벽」과 「Midnight Crematop」에서 난교하는 '은하급행'식 사이키델릭의 다채로움으로 앨범 전체의 인상을 혼미하게 만든다. 이윽고 한대수로 대표되는 한국 락씬 언저리에 있던 어떤 정신에 대한 헌사(「물 좀 주소」)로 앨범은 실질적으로 마무리된다.

이 혼미하게 내달리는 앨범은 마치 무책임한 청춘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저항'이라는 정치적 수사로 범벅된 록 담론과는 별개로, 또한 '고사 직전'이라는 록 씬의 풍경과는 별개로 오롯이 본작이 가진 과잉된 에너지와 - 그리고, 앨범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더 과잉된 이들의 진짜 무대 역시 - '날 것'의 생명력의 가치는 굳건하다. 그래서 보다 많은 무책임하게 살아도 되는 청춘들에게 이 노래들이 들려줬으면 좋겠다. 교육감 선거 하루 후 앞으로 무진강 '깝깝'해질 그들을 위해서. 단정지어 말하자면 너네들, 그리고 우리들은 정말 '좆됐거든'.

 

나 태어났네 오늘 아침에
나 다시 죽네 오늘 밤에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이
끝없는 하루만이 계속되네
               - 「또 다른 하루」 中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www_root/common/includes/ui.review_view_ko.php on line 273

Editor

  • About 박병운 ( 94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