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Nas와 2Pac이 기타 하나에 기댄 채 게토의 삶을 노래하는 「Thugz Mansion (N.Y.)」(2002)이라는 곡이 있다. 두 래퍼는 이 노래의 가사를 슬픔, 따뜻함, 아름다움으로 채웠다. 어쿠스틱함이 감동을 배가하는데, 그 바탕에는 연달아 이어지는 짜임새 있는 랩이 있다. 자웅을 겨루는 식으로 과시하진 않았지만, 나스는 나스답게 치밀한 플로우 설계를 잘했다 싶고, 투팍은 투팍답게 호소력이 있었다. 그 점에서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의 빈첸과 우원재가 선보인 퍼포먼스에는 매력이 뚜렷하지 않다. ‘불행 배틀’, ‘감성팔이’ 같은 나쁜 말로 각자의 사연을 비하할 순 없다. 그렇다고 그들이 명백히 좋은 랩과 가사를 선보였는지는 또 의문이다. ‘~요’ 체로만 끝나는 단순한 가사 구조나 나레이션에 가까운 뉘앙스, 그리고 단조로운 플로우 디자인은 감상자에게 어떤 특별한 감흥을 안겨주지 못한다. 둘의 첫 번째 콜라보 트랙이었던 「전혀」(2018)가 구성상의 폭발력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 곡은 어떤 감정적 굴곡을 음악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랩 좆도 못하면서 게토 흉내 내며 빨아주는 막귀들 덕에 취해서 행복하신가요”라는 빈첸의 가사 한마디 정도가 호기롭게 보일 뿐이다. 흔히 괜한 말을 늘어놓으면 ‘일기는 일기장에’라고 한다. 어불성설에 가깝게 Nas와 2Pac이 되라는 게 아니다. 나의 일기를 흥미롭게 읽어주길 바란다면, 화자는 적어도 그 일기를 들춰봐야만 하는 이유를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기에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는 그저 일기일 뿐이다. ★★☆

[정병욱] 지난 《쇼미더머니 6》(2017)의 우원재 신드롬이나 《고등래퍼 2》 빈첸(이병재)의 선전은, 그들이 지닌 기성 래퍼와 확연히 다른 태도와 정념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감동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곧 낮고 차분한 톤으로 읊조리는 개인적인 고통의 전시와 비관적이고 음울한 무드, 그럼에도 내면의 분노 표출을 최대한 억누르고 조율하는 울분을 통해, 반대로 결코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기성 래퍼들의 스웩이나 감정의 폭발에만 익숙했던 리스너들의 귀와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결국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두 사람의 무대는 이미 방송에서 성사됐지만, 빈첸의 존재를 각인시킨 이 노래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의 듀엣은 보다 원초적이고 날것의 기운이 가득해 특별함이 배가 된다. 유독 솔직하게 쓰인 강한 열등감과 비관주의를 바탕으로 거꾸로 타인을 관조하고 나아가 물음까지 던지는 두 사람의 가사 표현은, 화려한 비트나 스킬, 기발한 라임 없이도 노래 속 스토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노래는 가사의 생각들과 감정을 초래하게 한 당사자들에게 직접 말을 건넨다는 차원에서 감상을 한층 더 심화한다. 단지 공허한 독백이 아닌 듣는 이를 상정한 고백 뒤 반복되는 질문을 통해, 화자의 사고와 정서에 몰입하는 이에게는 더욱 강렬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거꾸로 자신을 청자라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거센 동요를 일으킨다. 흔히 자기 자신을 노골적으로 반영한 작업물의 경우 ‘진정성’이 중요한 잣대가 되어 그에 대한 검증과 회의가 뒤따른다. 허나 이 노래의 가사라면 스토리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몰입할 수밖에 없다. 고백하건대 학창시절의 나는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열등감을 느꼈고 오히려 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해왔다. 그럼에도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의 가사와 스토리를 통해 나는 가사의 액면 그대로, 혹은 그렇지는 않더라도 화자와 최소한 비슷한 수준의 괴로움에 동참할 수 있었다. 서정적인 리프를 나지막이 반복하며 비중을 최소화한 미니멀한 비트도 적절한 선택이다.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사실적 묘사와 집요한 관찰로 개인의 비극을 전달하는 Dardenne 형제의 영화처럼, 결국 우리가 울컥하는 진심은 가식없는 단순함과 고집스런 깊이에서 피어남을 다시금 떠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