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대비를 통해 긴장감을 형성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기꺼이 음악의 일부분이 되어 온 몸으로 뒹구는 사람들도 있다. 이 싱글은 후자에 속한다. 목소리 또한 퍼즐의 한 조각이 되어 맞추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점이 타협이 아니라, 나름대로 감정의 지점들을 건드리며 유유하게 지나간다. 나름대로의 각을 세우는 데 공을 들이고, 추상적으로 뭉뚱거리며 무너지는 대신 나름의 윤곽을 그리고 나아간다. 그런 점이 기껍게 느껴졌다. 비록 주의깊게 들어야 알 수 있는 대목이긴 하지만, 그래도 함정에 빠지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는 점을 더 칭찬하고 싶다. ★★★

[김성환] 빌과 그리드가 결성한 남성 듀오 검정가죽은 데뷔 싱글 「I=We」(2016)를 시작으로 첫 EP 『I+Con Summer Part』(2017)를 통해 훵크, 얼반, 힙합의 음악적 경계를 자연스럽게 아우르는 세련된 음악들을 들려주었다. 「Paradise」는 작년 8월부터 순서대로 발표한 프로젝트 싱글들의 집합체인 『Seoul Nu Funk』 연작 4곡 중 가장 먼저 공개한 곡이다. 이 곡은 복잡한 비트와 편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빈티지한 전자음을 곁들여 풀어내는 훵키 알앤비에 대해 검정가죽이 충분히 체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명확한 반복으로 구성한 짧은 구절들이 이어지며 하나의 라임으로 반복하는 가사와 멜로디 라인 역시 적극적인 그루브를 이끌어낸다. 자연스러운 보컬/랩과 전자음에 변조된 보컬/랩이 대조적으로 넘나드는 구성 역시 능숙하다. 좀 더 고전과 모던이 조화된 도회형 알앤비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인 트랙이다. ★★★☆

[김예원] 이전에 발매된 곡들과 비교해보면 뚜렷한 차이가 있다. 훨씬 경쾌해진 톤과 가사는 검정가죽이 이전과는 또 다른 감정의 폭을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개인적으로 짜임새를 더 단순하게 만들면서도 훵키한 느낌을 살리는 소리들이 부족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이들이 구성한 깔끔함 덕분에 전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감정들을 더욱 선명하게 시각적으로 살려낸 음악이 되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이국적이거나 트로피컬한 느낌의 강박에 구속되지 않아 질리지 않았다. 소박한 가사와 트렌디한 감각, 그리고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지는 두 남자의 싱잉랩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다. 보다 넓은 역량을 보여준 듀오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매우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