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촘촘하게 짜여 흐르는 비트와 베이스 대비, 무심한 듯 흐르는 기타 리프의 반복이나 살짝 멀리서 관조적으로 잡은 멈블거리는 보컬까지. 무드음악으로 치기에는 불온함을 드러내는 파트나 인위적으로 넓고 깊게 패인 사운드의 곡절들이 뾰족하게 귀를 건듭니다. 마냥 실험적인 음악으로 보기에는 리듬 파트의 정교한 짜임새가 슬금슬금 긴장감을 잡고 곡을 끌고 가니, 또 묘한 흡인력이 있습니다. 이지리스닝이라 표현하긴 그렇지만, 여러 다른 곡의 유용한 재료가 될 만한 아이디어들이 체험판처럼 성기게 병렬되어 있는 듯한 결과물입니다. ★★★

[이아림] 음악을 라이브로 구현할 때 보컬이란 포지션은 주로 무대 중앙에 서서 마이크를 쥐는 만큼 쉽게 주목받곤 한다. 그가 노래 대신 랩을 하는 MC여도 마찬가지다. 이때 목소리를 받쳐주는 이들이 멤버가 아닌 세션이라면 대중의 관심 밖이기 십상이다. 하물며 무대에 오르지 않는 프로듀서는 더욱 잊히기 쉬운데, 말립과 워크맨쉽은 이러한 편견을 전복하며 오롯하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내세운다. 이미 『SUSTAIN』(2019)으로 선보이기도 했거니와, 이들이 각각 DJ와 세션 밴드로서 힙합 음악을 주로 다뤄왔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말립&워크맨쉽’이란 이름 자체가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힙합을 전제로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 말립의 실험 정신과 세션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가 적극적으로 창작에 참여하며 두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이들의 존재는 유의미하다. 4년 만에 발표한 『Knlls』도 전작처럼 다양한 아티스트를 기용하고 있으며, 보편적인 힙합의 인상을 빗겨나가는 독특한 음악까지 여전하다. 다만, 이전에는 또렷한 랩이 중점을 이뤘다면 이번 앨범은 랩의 비중이 상당히 줄어들었고, 나아가 목소리와의 대비가 옅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주니의 보컬을 필두로 곡마다 등장하는 목소리는 곡을 휘어잡는 대신 말립과 워크맨쉽이 만든 사운드에 스며들어 은은한 매력을 뽐내는데, 그 결과 피처링은 ‘말립&워크맨쉽’의 존재감과 상생한다. 이는 타이틀 「How Many Rocks?」에서 말립의 프로듀싱과 워크맨쉽의 연주가 보컬에 밀리지 않는 것에서도 느껴지는데, 주니는 가사와 목소리로 명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몽롱함과 기이함이란 기조를 형성하는 토대는 드라이브 걸린 기타 소리와 노이즈에 가까운 비트, 먹먹함을 더하는 베이스 등 연주에 있다. 이렇듯 곡의 주체가 되어 외부의 목소리를 부가적인 요소로 남기면서, 화음을 쌓아 올린 건반이나 스크래치, 날카로운 하이햇에 이르기까지 불균일한 투명도는 디테일이 가득해 사운드 메이킹에 주목하게 된다. 「Acting Like Take 2」처럼 강렬한 연주곡도 흥미롭지만, 크레딧에 머무르지 않고 주체가 되었음을 시사하는 소리의 균형감이 가장 흥미로운 앨범이다. ★★★★

[조일동] 몽글몽글한 톤의 베이스가 공간계 이펙터로 부유하는 기타와 만나는 사이로 치고 빠지는 드럼 리듬이 균형을 맞춰나간다. 주니의 목소리는 때론 키보드와 때론 드럼의 탐탐과 대구를 이루며 밴드 사운드에 예각을 곳곳에 심어 넣는다. 이 예각의 엣지는 지속되기보다 곡 여기저기서 툭 튀어나왔다가 다시 밴드의 푹신한 사운드 속으로 슬그머니 숨어든다. 아마 계속 각을 세웠다면 곡은 뻑뻑해지며 생기를 잃었을 거다. 베이스-기타가 구축한 몽글한 탄력과 주니의 목소리-키보드가 서로를 흡수하고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이 곡을 끝까지 쫄깃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