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214-2] 니어이스트쿼텟 「이화」

니어이스트쿼텟 (Near East Quartet) 『Near East Quartet』
76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8.08
Volume 3
레이블 ECM Records
공식사이트 [Click]

[박병운] 어둠처럼 내려앉은 기타의 흐릿한 숲에 손성제의 색소폰은 안개의 자욱함을 닮아 흐른다. 기타도 색소폰도 베이스도 드럼도 예광탄을 쏘든 탐침봉을 바닥에 푹푹 꽂든 손을 허우적대며 젓든 간에 이 숲 안에서 표류하듯 헤매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무의미하게 들릴 텐데, 이 침묵에 가깝게 들리는 연주의 교차엔 분명히 질서를 관장하는 누군가의 힘이 불가사의하게 느껴진다. 음울하게 들리지 않고 명료한 붓칠을 더하듯 들리는, 비주류 장르의 장인들이 닿은 또렷한 성취의 결과 중 하나다. ★★★☆

 

[정병욱]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한 감상의 쾌락이자 동시에 맹점은 그것의 미학이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유동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아시아 최초 ECM 정규 녹음앨범 발매’라는 중요한 성과를 낸 그룹 동명의 앨범 및 본 트랙 「이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트랙에 비해 덜 노골적이지만 분명 국악 크로스오버의 외연을 취하고 있는 이 노래는, 특히 여타 국악 크로스오버 장르가 주로 관심을 갖는 국악기와 양악기 간 본질적인 차이를 활용한 치열한 결합에 전혀 집착하고 있지 않은 까닭에 미적 판단에 더욱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답은 의외로 단순하게도 사운드의 종합에서 찾을 수 있다. 색소폰의 저음으로 출발해 서서히 고음과 기타로 번져가는 멜로디부나, 숨에 따라 자연스레 강약이 조절되는 취주에 따라 밀도를 조율하는 섬세한 타악의 호흡은, 3분 27초의 러닝타임이 하나의 프레이즈로 여겨질 만치 단일하고도 집중력 높은 감상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정형화된 호흡에서 벗어나 이 곡만의 박자와 리듬으로 마련한 서사적 흐름 위로 딜레이와 리버브를 십분 활용한 악기들의 중첩은, 막상 재즈적으로 쓰인 각 악기의 개별적인 연주와 전연 다른 감상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전달한다. 곧 소리의 절묘한 잔향을 통해 만들어낸 앞뒤 구분 없는 맥락과 모호한 경계로 완성한 한 곡 만치의 분명한 서사는, 완전한 융해나 응고도 아닌 제3의 액정과도 같은 형태로 신비로운 고양감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이 노래에서 서서히 고양된 정서를 인트로까지 이어받아 숭고한 가창으로 트랙으로 이어지는 「못」과의 연결고리는, 본 리뷰가 「이화」에 대한 코멘트임에도 결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

 

[차유정] 넓고 여유로운 사운드임에도 장황하지 않은 매력이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일반적으로 소리의 파장이 넓게 퍼지는 경우에는, 곡이 진행되는 흐름과 맥락을 분명하게 하되 입구와 출구를 추상적으로 빚어놓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이 곡은 시작점과 종지부의 포인트를 명료하게 잡아놓은 후, 소리의 흐름 자체를 보다 예민하고 멍한 서사로 풀어내는데 힘을 쏟고 있다. 즉흥성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보다는 곡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지 붓으로 그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잘 짜인 곡 안에서의 안정감이 아니라, 명료함 안에서 아방가르드를 찾으려는 시도에 더 큰 방점이 찍혀 있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이화
    -
    -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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