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이달의소녀 세계관을 구축하고 제작에 관여했던 프로듀서 정병기가 직접 설립한 기획사 모드하우스가 내세운 첫 걸그룹 트리플에스의 첫 EP 『Assemble』의 타이틀곡. 아직은 목표한 24인의 멤버가 다 갖춰진 것은 아니며, 현재까지 한국인 멤버 10명, 일본인 멤버 2명이 공개되었다. ‘Dimension’이라는 팬들이 선발하는 유닛 시스템으로 이미 ‘Acid Angel from Asia(AAA)’의 싱글을 공개했던 이 팀은 일단 한국 멤버 10명으로 먼저 그룹이 전하는 주제 의식을 전달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AAA의 곡 「Generation」(2022)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이 소녀들을 통해 보여주려는 음악적 주제는 마치 H.O.T.가 1990년대에 「We Are the Future」에서 전하려던 메시지의 2020년대식 확장이다. 기성세대의 통념과 편견에 맞서는 청소년들의 패기와 자신감이 노래 가사 속에 녹아있다. 흥미롭게도 사운드까지도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의 비트와 질감을 최대한 살리고, 랩 역시 그 시절의 살짝 올드한 느낌까지 그대로 재현한다. 어쨌든 곡이 가진 적절한 훵키함과 ‘랄라랄라라’와 같은 타 멤버들의 코러스 등 구시대 아이돌 팝의 빈티지 요소들을 끌어오면서 기성세대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청소년의 욕구는 시대를 초월함을 전한다. 음악적으로는 분명 항상 과거의 요소를 끌어오면서도 그 속에서 참신함을 이끈 정병기였기에, 제발 트리플에스를 통해서는 이달의소녀가 가져온 현실 세계의 사정(?)이 가져온 문제는 반복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일단 지금까지의 음악적 결과물이 이후까지 계속 기대감을 주기 때문이다. ★★★☆

[열심히] 강한 댐핑의 비트와 빠른 전환의 전개, 중간의 댄스브레이크 까지. K-Pop 댄스그룹이 멤버들을 소개하고, 군무를 배치하고, 후킹한 파트로 집중시키는 모든 요소를 집중적으로 압착해 선보이는 곡입니다. 굳이 고전적으로 접근해본다면 레트로한 힙합 비트 기반의 댄스곡이겠지만, 걸크러쉬의 클리셰에 빠지지 않는 선에서 장르적 사운드는 가볍게만 터치했기에 곡의 기능과 컨셉에 집중해 듣는 것이 재미를 더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후의 디테일한 컨셉을 여러 단계에 걸쳐 풀어내기 위한 판을 깔아놓는 소위 ‘빌드업’ 장치가 유독 많게 느껴지는데, 멤버들 중 일부가 이미 사전 스토리가 꽤 있다는 점에서는 이달소보다 발전한 버전이라 할 수도 있겠네요).디테일이 많다는 것이 진입장벽을 높이는 부분도 있고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갈리겠습니다만, 사실 이건 이제 대부분의 K-Pop 그룹들이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감안하고 가는 부분이기도 해서 딱히 트리플에스만의 이슈라 하기도 애매하지요. 전반적으로 준수하게 접근한 앨범인데, 준수함을 넘어서는 ‘기발함’은 다음을 기약해봐야 할 곡이기도 합니다. ★★★☆

[유성은] 트리플에스의 첫번째 유닛 데뷔곡 「Generation」(2022)은 대형기획사의 각축장인 메이저 음원 시장의 아이돌 싱글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면서 뇌리에 남는 곡이었다. 현재 인원 10명의 완전체 'Assemble'의 데뷔곡인 「Rising」은 전작 「Generation」에 이어 무척 준수한 곡이다. 귀에 뚜렷이 남는 프레이즈의 반복을 통해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을 쌓고, SM초기 아이돌곡들에서 유영진의 작법이 딱 생각나는 알앤비의 화성과 다크한 전개를 바탕으로 트리플에스만의 ‘아련함’을 주위에 둘렀다. 또한 무대에선 에이치오티의 90년대 컨셉이 딱 생각나는 근미래적, 전사적 패션과 함께 높은 퍼포먼스 수준을 드러낸다. 모든 것이 존재하는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인 K-Pop 여자 아이돌 시장에서, 컨셉은 돌고 돌아 다시 아련함과 신비함으로 새로운 일탈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