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438-2] 뱅크럽츠 「꺼져가는 불빛」

뱅크럽츠 (The Bankrupts) 『그래도 우리』
50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02
Volume 2
장르
레이블 무궁화404
유통사 사운드프레스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부산을 근거로 활동했던 펑크록 밴드 뱅크럽츠의 2집이자 유작 『그래도 우리』의 타이틀곡. 2011년 윤재성(보컬)과 천기종(기타)이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팀은 최다영(베이스), 추민수(드럼)의 라인업으로 2015년 첫 디지털 싱글을 내면서 부산 펑크 씬에 등장했다. 그러나 1집 『For Our Fucking Friends』(2018)의 발매 기념 공연을 끝으로 공식적으로는 해체상태였다. 보컬리스트 윤재성은 2021년 여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최다영은 그 해 봄부터 홈레코딩으로 작업했던 보컬 데모를 바탕으로 이 음반을 완성시켰다. (몇 곡에서는 동료 부산 밴드들의 멤버들이 참여해 편곡을 도와주었다.) 원래 풀밴드의 라이브에서도 이들은 건반이나 클래식-국악 현악기의 활용도 할만큼 소위 ‘감성 파산 펑크’를 추구했었기에 이 ‘어쿠스틱 펑크’ 방식의 편곡도 매우 잘 어울린다. 오히려 거친 기타 디스토션과 하울링을 걷어냈기에 윤재성과 멤버들이 담고자 했던 가사의 메시지가 더욱 명확하게 들려온다. 처연한 비관과 슬픔 속에서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그들만의 세상에 대한 성찰이 담긴 ‘아름다운 유작’이다. ★★★☆

 

[박병운] '파산한 이들'을 의미하는 밴드명에서부터 고인이 된 윤재성의 목소리가 실린 어쿠스틱 연주를 들으니 한결 와닿는 쓸쓸함이 배로 다가온다. 창작이든 노동이든 여러 사람 기죽이는 시국이니 펑크 음악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복잡한 심사를 가질 수밖에 없고. 울적하고 어눌한 보컬엔 웬걸 김일두 같은 소외의 톤이 느껴진다. 가뜩이나 '내 탓이오' 소회를 뱉는 톤엔 여러모로 가라앉은 바닥의 정서가 있다. 담담하게 보태는 최다영의 보컬을 통해 위안이 덧붙여지는데 그건 아무래도 떠난 음악 동지를 향한 추모의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

 

[이아림] 다듬어지지 않은 듯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만큼이나 뭉툭한 음질의 연주는 옛것의 느낌을 자아낸다. 캐리커처에 가까운 커버 아트에서 느껴지듯 『그래도 우리』는 어딘지 모르게 괴짜스럽다. 어쿠스틱 기타에 기댄 음악들과 소박하지만 따뜻한 분위기는 현대적인 세련미보다 아날로그 감성이 더 자연스러운데, 데모에 가까운 녹음 과정과 허스키한 목소리로 읊조리듯 툭툭 내뱉는 보컬이 이를 더욱 견고하게 조성한다. 후반부의 밴드 사운드로 구현된 3개의 트랙이 기존의 지향점을 구현하는 것에 반해, 오롯한 뱅크럽츠의 곡들은 1집과는 사뭇 다른 감정선을 보인다. "내가 자격이나 있으련만(「술인지 물인지」)"과 같이 비관과 체념이 만연한 가사들은 패배주의를 기반으로 하나, "언제나 내가 견딜 수 있길(「희망가」)" 바라며 진취적 태도를 보여 울적함에 매몰되지 않고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그중에서 번민과 합리화를 오가는 타이틀곡 「꺼져가는 불빛」은 눅진한 기타와 건조한 보컬을 통해 담백하게 자기 자비로 나아간다. 차분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남기며 멤버의 발자취를 따르는 최다영의 목소리가 천진난만하면서도 애달프고 한없이 쓸쓸하다. ★★★☆

 

[차유정] 무덤덤한 슬픔의 정도를 일순 넘어버린듯한 공허와 아픔이 곡의 주변부를 감싼다. 반성은 항상 원래의 의미보다 지나치게 무겁고 고뇌에 차있어서 그 의미 외에 다른 거대한 것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들곤 하는데, 이 곡에서는 뭐라도 좋으니 한 마디라도 더 덧붙여 줬으면 하는 아쉬움과 공허감이 노래를 떠받치고 있다. 미안한데 슬프고, 고통을 뒤로 하고 넌지시 반성한다는 것이 본질적으로 이렇게 아픈 것이었는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싱글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꺼져가는 불빛
    윤재성
    윤재성, 천기종, 최다영
    최다영

Editor

  • About 음악취향Y ( 3,450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