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욱] 힙합 레이블을 상징하던 하이라이트와 VMC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금, 스윙스는 되려 자신이 태동시킨 레이블들을 묶어 에이피알케미(AP Alchemy)라는 나비로 환골탈태시켰다. 이후의 역사는 일별 타임라인으로 체크해야 할 정도를 숨가쁘게 돌아가는 중이다. 지난 3월 발표한 『AP Alchemy : Side A』는 요즘의 블랙뮤직씬에서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스타일을 들어볼 수 있는 컴필레이션으로, 에이피알케미의 멤버들이 지닌 스펙트럼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바꿔 말하면 트랙별 참여진들이 각자의 개성을 어필하는데 보다 집중한다.) 『AP Alchemy : Side A』에서는 보컬 아티스트들이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래퍼들이 트랙을 주도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바인데, 『AP Alchemy : Side P』의 수록곡(이자 선공개곡으로 예상되는) 「Sweat」으로 후속작에 대한 관성적인 기대감을 가볍게 비틀었다. 「Sweat」은 무척 밝은 분위기의 프로덕션에 성적인 코드를 물씬 풍기는 알앤비 트랙으로 기존 진보의 팬이었다면 익숙할 사운드와 무드이기도 하다. 윤다혜와 인재가 나눠 맡은 벌스는 묘하게 다른 섹슈얼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스윙스의 랩 또한 (몰입을 깨긴 하지만) 분위기를 원만히 이어간다. 이와 같은 세가지의 다른 개성을 조금씩 변주한 훅으로 감싸며 통제하는 진보의 보컬과 프로듀싱을 듣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곡 또한 참여진들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에 보다 방점이 찍혀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에이피알케미의 명의로 발표한 곡 중 이 곡에 가장 호감이 가는데, 과연 『Side P』가 『Side A』를 더욱 능가하는 작품이 될지 기대해볼 일이다. 아울러, 에이피알케미를 조직하고 이끄는 스윙스의 목적(또는 야망)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

[열심히] 감각적인 지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사운드와 등장인물의 순서에 맞춘 복잡한 서사, 그에 맞춰 역시 복잡해진 코드워크 등 프로듀서의 자의식이 확실하게 주도권을 지닌 곡입니다. 두터운 비트나 엇나가는 배치 등에서 ‘감각’을 연출하려 한 의도가 적극적으로 읽히는 반면, 여전히 이 모든 것이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이루어진 점 또한 프로듀서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죠. 이러한 자의식과 ‘감각적인’ 연출에 대한 의도는 어정쩡한 지점에서 맞물리는데, 그 때문에 이 결과물은 동물적인 뜨거움보다는, 조금 더 차분한 채로 그 ‘의도’만 충실히 잡는 선에서 마무리됩니다. 고전 장르들에 대한 짙은 취향을 토대로 편안하고 캐칭하게 마무리 된 클럽 디제이식 믹스 음악이라는 균형점에는 도달했으되, ‘구현’에 대한 집중이 곡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보다 조금 앞선 인상이에요. 진보와 스윙스, 여성 보컬까지 총 네 팀이 참여했음에도 이들은 저마다 ‘나열’된 채로 존재감을 드러낸 정도에서 적절히 자신의 소임을 마무리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