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지금은 걸그룹의 과포화를 넘어선 시대이다. 드림캐쳐는 자신들만의 분명한 음악적 스타일을 견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그룹이다. 이들은 '악몽'이라는 컨셉트와 하드 록/헤비메탈에 기반한 데뷔 싱글 「Chase Me」(2017)로 시작해 최고의 수작이었던 「Good Night」(2017)을 거쳐 이번 EP까지 일관된 음악적 지향을 이어왔다. 사실 꽤 많은 걸그룹들의 신곡들이 차트에 등장한지 24시간도 못되어 음원 차트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현실 속에서 이는 엄청난 뚝심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 아닐까. 신보 『악몽 · Escape the ERA』와 타이틀곡인 이 노래에서 보다 팝/애니메이션 뮤직의 대중성을 멜로디 라인에 끌어들이는 대신, 기타와 드럼 편곡의 로킹함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신스 스트링의 적절한 사용도 2000년대 고딕 록/메탈이 주류로 올라왔을 때의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일관적인 음악 지향이 차근차근 성숙해서 이제 확실한 드림캐쳐만의 고유한 매력으로 정립되었음을 확인시켜주는 곡이다. 앞으로도 그들(과 소속사)의 뚝심이 계속 유지되기를 기도한다. ★★★☆

[손혜민] 록과 아이돌의 결합, 특히 ‘여성 아이돌’과의 락의 만남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이야 워낙 다양한 음악장르가 움직이고, 여성 아이돌이 하드록, 메탈, 메탈코어, 트랜스코어 등의 마이너 장르와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잘 알려진 Babymetal을 필두로 Band Maid, Pass Code나 Necronomidol 등의 그룹들이 제법 인기를 끌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장르 아이돌의 성공사례가 미미하다보니, 기회를 잘 파고든 드림캐쳐가 알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악몽을 막아주는 원주민들의 부적 ‘드림캐쳐’에서 따온 팀명과, 이를 활용하여 ‘악몽’이라는 컨셉을 지속적으로 잡은 셈이다. 선미의 「보름달」(2014)처럼 음침하고 어두운 피아노 사운드로 시작하는 인트로에서는 여느 아이돌 같은 느낌이다 싶었는데, 빠른 비트의 락음악이 훅 치고 들어온다. 디스토션을 잔뜩 먹인 기타톤과 시원하게 펼쳐지는 드럼 위에 멤버들의 목소리가 올라가며 애니메이션 오프닝곡 같은 산뜻함을 선사한다. 빠르게 달려나가다, 쉬는 텀을 주기 위해 허스키한 다미의 랩을 넣고, 다시 다음 파트와 연결시키기 매끄럽게 하이톤의 시연을 배치시켰다. 강-약-강-약-강, 숨을 조절하며 진행되는 것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꽤나 기승전결도 뚜렷하고 신스팝과 섞인 메탈-하드락이라 세련된 느낌이다. 「Good Night」 때만큼의 강렬함은 줄어들었지만 색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세련됨을 덧붙인 괜찮은 곡이다. ★★★★

[유성은] 전작으로부터는 10개월의 시간을 넘어 발표된 이번 곡 「You And I」는 비교적 분명하게 흥행공식을 따른다. 속도감 있는 밴드 사운드의 결 위에 오케스트라를 입혀 고급스러움을 추구했다. 여자친구의 멤버 유주의 톤을 연상케하는 메인 보컬의 또렷하면서도 로킹한 목소리는 호소력있게 3분 남짓한 위로의 이야기를 완결시킨다. 이번 곡을 비롯해서, 사운드의 깊이와 집중도를 배제하고 EP의 타이틀곡 들을 연결해서 듣다보면, 드림캐쳐의 지향점은 명확하게 Baby Metal의 그것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갈수록 그런 경향성이 옅어지고 있지만, 어쨋든 '일곱 악몽'을 자처하는 그녀들의 기존과 다른'새로운 컨셉'은 메탈과 하드락을 좋아하던 이들의 심장을 정확하게 노린다. 섹시하거나 귀엽거나 청순하지 않은 여자 아이돌로서의 새로운 자리매김의 역할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멋진' 곡이다. 이런 멋짐이 대중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차치하고 말이다. ★★★

[차유정] 팝의 서사는 여러 가지 갈래가 있지만, 드림캐쳐의 경우는 만화적 서사가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흡사 일본 에니메이션의 주제가를 연상시키는 생기와 드라마투르기를 잘 접목시켰다. 어떤 팀보다도 노래의 기승전결에 힘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 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