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에는 페이드아웃이 없다. 단 한 곡을 제외하고는. 「パラレルスペック: Funky Ver.」이 바로 그 곡인데, 이 곡은 밴드가 일전에 발표했던 오리지널과는 사뭇 다른 결을 들려준다. 요컨대 이 곡에서 랩 파트의 밴드와 노래 파트의 랩이 서로 다른 음색으로 대립한다. 랩 파트는 곡을 쓰는 데 대한 코멘트들을 달아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텍스트의 여백에 숨겨진 컨텍스트들을 드러내며 그 둘 사이의 간극과 갈등을 말한다. 말하고 싶은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의 갈등. 그 사이에 드러나 있는 선이 이 앨범의 주된 테마다.

밴드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리듬파트다. 앨범 내에서 유일하게 보컬파트가 없는 휴일과장은 이 앨범의 경계선을 묵직하게 받쳐주고 있다. 그렇기에 기타와 피아노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드럼의 빠른 비트와 보컬의 느린 정서가 온전히 하나의 유기체로 들린다. 카와사키 에논이 들려주는 보컬은 얼핏 급박하게 부르는 것처럼, 템포에 빨리 중독된 사람의 보컬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처리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장치의 의도는 곡의 가사에 달려있다. 요컨대, 쓸데없이 미치광이처럼 서두르고 있는 시간과 로맨스가 남아있다는 자조가 만나게 된 결과가 이런 스탠스를 취하게 된 이유다. (「ロマンスがありあまる」) 현대라는 물리적 시간과 감정이라는 심리적 시간이 맞물려진 결과가 이와 같은 편곡이라는 것이다. .

코러스의 분배 또한 의도적인 산물인 이 앨범은 그런 의미에서 잘 만든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칫 어그러질 수 있는 템포에서 무너지지 않고 음악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은 재능이다. 단순히 빨리 연주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하나하나의 음을 정확히 내야하는 문제이니까. 편곡은 거의 매끈하게 마무리된다. 감정의 여지를 남길 일도 없다는 듯이. 그렇기에 오로지 연주와 그들이 보여준 합만 깔끔하게 뇌리에 남는다. 그 여운을 남길 새도 없이 다음 곡이 와서 부딪친다. 청자 입장에선 긴장하면서 한 곡 한 곡 들을 수 밖에 없다. 앨범에 페이드아웃이 거의 없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상실의 감정을 말할 때도 제법 빠른 템포로 이야기를 내놓는다. 앨범 내내에서 유일하게 시간이 느려지는 일은 단 두 곡, 「id 1」, 「無垢」다. 전자는 화자 자신이 술에 취한 채로 내뱉은 헛소리다. 후자는 다음 곡인「無垢な季節」의 인트로 격에 해당하는 회상조의 나레이션이다. 마치 시간이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술 취할 때나, 회상 속에서 밖에 없다는 듯이.

쌍방처벌이라는 의미의 앨범은 그런 선과 악, 백과 흑, 과거와 현재, 이상과 현실, 나와 타인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를 다룬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그들 스스로 잘 다진 합을 통해 치열하게 들려준다.

그들의 마지막은 그런 고민들이 상실되어가는 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의 전제를 무너트리며 다시 그 힘없는 역설의 세계로 천천히 편입한다. 그러한 혼란 스러운 연주를 이끌다 갑자기 모든 연주가 멈추고 단 하나의 피아노 코드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어쩌면 우리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 또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잠시나마 조리있는 시간을 지냈다는 것. 이 앨범이 보여주는 선은 바로 그 조리를 위한 기준선이었던 셈이다.

그 선을 단순히 개인 차원에서 머물게 하지 않고. 존재론적인 입지로 밀고 나아간 점에서, 이 앨범에서 어느 곡을 떼어놓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에서 하나 하나의 곡이 모여서 이런 유의미한 동력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의 존재의의는 충분하다. 이 앨범은 스스로가 좋은 앨범임을 증명하고 날뛰며 기뻐하다가 때론 낙심하고 씁쓸해하는 앨범이다. 그렇기에 인간적인 앨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