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Review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힘

이정아 (Lee Jung Ah) 『Undertow』

1,168 / 작성일 : 2014.07.09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4.06; Volume 1; 레이블 steeze; 공식사이트 [Click]

그녀가 부른 「Desperado」는 여전히 내가 가장 즐겨 듣는 버전이다. 흔히 노래를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감정 혹은 테크닉의 과잉, 혹은 경연과도 같은 억지스러운 자의식의 나열이 없는 이정아의 목소리는 ‘담백하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랐고, 확실히 그건 컴피티션 혹은 오디션이라는 포맷으로 소진되기엔 아쉬운 재능이었다.

B플랫의 단촐한 코드 세 개가 유영하듯 떠도는 도입부의 피아노와 보컬을 듣고는 적어도 옳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했다. 멜로디나 목관이 주는 민속적 느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제목이나 메시지가 가진 처연한 느낌을 때로는 타령같이, 때로는 컨트리 팝같이 읊는 부분에서는 보컬리스트로서의 관용성이 느껴진다. 전혀 방향을 바꿔 「Hands of Love」에서는 호흡을 짧게 가져가며 본인이 가장 자연스러운 바이브와 벤딩으로 완벽하게 세련미를 이끌어 내는데, 이를테면 “I want to see your face”까지 한 호흡에 이어지는 유려한 창법이나 “My heart started to crumble down”의 긁힌듯한 호소력은 보컬 어레인지먼트를 통해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 센스다. 의도적으로 음의 위치를 바꿔 경쾌함을 의도한 「가벼운 출발」이나 여자 가수로서 다소 꺼리게 되는 탁성의 고음을 내지르는 「I Want to See You」도 마찬가지지만 통상적으로 ‘가요’라고 여겨지지 않는 소스를 갖고 있는 점 역시 흥미롭다. (본인의 성향 탓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촘촘한 곡들에서 감정이 다소 밋밋하게 전달되는 느낌은 있다. 프로듀싱에서 좀 더 이끌어줘야 할 부분)

자의식의 과잉까지는 아니지만 곡들이 주는 메시지가 대단히 개인적이라는 점, 자작곡이라는 걸 감안하고라도 다소 유사하게 들릴 수 있는 곡들이 산재해 있다는 점은 앨범으로서 집중력을 살짝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그것을 의식한 때문인지 정재일이 갖가지 소스와 방향으로 다양하게 감상 포인트를 배분해 놓았는데,(그의 편곡을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운다!) 스튜디오 작업이 가진 매력이 잊혀진 시대에 한편으로는 뭉클함도 느껴지지만 다소 버겁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결국 재능보다는 방향성이나 선택의 문제가 될 것 같다. 한글보다 영어에서 더 자연스러운 감정선이 전이되는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작품을 평가하는 사람의 위치를 떠나 한명의 순수한 음악팬으로 이정아 같은 개성을 가질 수 있어서 흡족하다. 그리고 그런 개성이 오롯한 결과물을 들고 나올 수 있는 기회 역시도 다행스럽다. 그리고 그건 동시에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비평적 찬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녀가 피아노를 치며 부르는 Bonnie Raitt의 「I Can’t Make You Love Me」를 듣고 싶다.

#정재일 #정원영 #이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