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이 음악은 자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김태균 (Take One) 『녹색이념』
1,370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12
Volum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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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평을 쓰기에 앞서 말해두고 싶다. 테이크원의 전략 혹은 결단의 끝이 어떻든 입장은 같으리라 짐작한다. 완벽한 한국어 가사를 위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시작부터 의미와 시기성을 획득할 수밖에 없는 전제가 깔려 있고, 의도했든 아니든, 긍정하든 부정하든, 그저 자연스럽게 이 음악의 가치를 손상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입장」까지의 세 트랙을 수차례 들으며 결론지었다. 이 음악의 성경 구절로 대표되는 선택적 치장과 악마로 내세운 합리적 국뽕을 어떻게 해체하느냐가 『녹색이념』의 방향과 그로 인한 성공(어찌나 중요한 단어인지)을 제시할 것이라고. 때문에 「입장」은 필연 앨범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바로 앞의 「붉은 융단」에서 김태균은 비록 경전의 해탈과 번민이 굳이 필요한가에 대해 완벽한 답을 주지는 못했지만, 국뽕, 애국 등의 단어로 뭉개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섬세하고 집착에 가까운 해석으로 설득력을 안긴다.


모두가 악마가 될 수밖에 없고, 이 모든 것에 얽힌 돈과 갑과 을과 여러 마음에 대해 유려한 전개로 이야기한다. 캐스터의 고함 소리는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배치한 의도가 점차 분명해진다. 그 솜씨가 일품이었다. 이어 「입장」에서 본격 사적인 기억을 쏟아낸다. 언제나 이런 게 문제였다. 사사로운 경험으로 다수를 이해하고 이해시키고 마침내는 세상을 투영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 이 노래는 한편 『The Anecdote』(2015)에 대해 가졌던 입장을 상기시킨다. 당시 그 음반에 가졌던 의문은 ‘이 앨범이 얼마만큼의 씬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나는 이 음반이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씬의 ‘체면치레’를 해준 음반이며 그 정도 평가가 적당하나 시기가 맞물리며 명반이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판단했다.


훌륭한 음반이다. 맞다. 그러나 진실한 고백과 세상에 대한 참된 분노, 회의와 전파는 음악의 발전일까, 아니면 인식의 발전일까. 과연 켄드릭과 제이콜의 음악은 드레와 딜라와 칸예보다 위대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말의 가치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특히 이 랩이라는 언어로 기능하는 음악에서? 그게 마음에 남는다. 모든 것이 긴급하고 절실한 세상이라서 착각이 필요하다면 동의해야 하는 걸까? 그게 맞는 걸까? 말이 많이 샜다. 이 리뷰를 쓰기까지도 일년 가까이 답을 얻지 못했다. 토막을 내려다 다짐을 위해 그대로 남긴다.


현 기준에서 「입장」이 건네는 설득력은 만만치 않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 앞선 전제와 뒤따를 가파른 오르막과 꺾일 듯 꺾이지 않는 각오를 만나기 위한 문으로써 충실하다. 김태균 특유의 단어를 씹어대며 박자를 맞추는 장면 역시 이른바 청각적 쾌감의 훌륭한 사례라 부를 만하다. 스트리밍 사이트에 등록된 김태균이라는 세 글자가 주는 충격 역시 상상 이상이다. 다소 허무한 성경만 아니었다면 선택적 치장이라는 말을 이름으로 반박하는 셈이라고 물개박수를 쳤을 것 같다. 이 음반의 가치는 한국힙합을 사랑하는 팬들이 기대했던 앨범 중 첫 번째를 다툴 정도로 명확하고 분명하다.


마지막에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이 노래와 음반에 가지는 정말이지 마지막 의문이다. 이 음악은 자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돈과 사람과 관계는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얻었다한들 자유라 믿을 수 있을까? 이렇게 물음표가 많은 리뷰는 처음 써본다. 한번 더. 이 음반은 자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쉽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말했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때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섬광 (inst.)
    -
    플레인
    플레인
  • 2
    붉은 융단
    릴보이, 김태균
    듀플렉스지, 테일러, 김태균
    듀플렉스지
  • 3
    입장
    김태균
    듀플렉스지, 김태균
    듀플렉스지
  • 4
    이제는 떳떳하다
    김태균
    듀플렉스지, 테일러
    듀플렉스지
  • 5
    보여줄 때
    김태균
    브라더수, 테일러, 김태균
    브라더수
  • 6
    돈 (feat. 엠씨스나이퍼, 더블케이, 엠씨메타, 로꼬)
    김태균, 테일러, 더블케이, 엠씨스나이퍼, 엠씨메타, 로꼬
    제이키드먼, 테일러
    제이키드먼
  • 7
    대마초
    김태균, 릴보이, 어글리덕, 체카니, 스텔라장
    비다로카, 디클랫, 릴보이, 듀플렉스지, 체스카, 스텔라장, 김태균
    비다로카, 디클랫
  • 8
    막다른 길
    김태균, 엘로
    그레이, 엘로
    그레이
  • 9
    잔상 (inst.)
    -
    옐라디
    옐라디
  • 10
    겨울잠
    김태균, 릴보이
    플레인, 테일러, 체스카, 김태균
    플레인
  • 11
    자각몽
    김태균, 듀플렉스지, 스텔라장
    빅파이, 듀플렉스지, 김태균
    빅파이, 듀플렉스지
  • 12
    침대
    김태균
    닥스후드, 김태균
    닥스후드
  • 13
    책상
    김태균
    테일러, 닥스후드, 김태균
    닥스후드
  • 14
    제자리
    김태균
    플레인, 테일러, 김태균
    플레인
  • 15
    암전
    김태균
    제이키드먼
    제이키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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