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싱글 4위

도재명 『21st Century Odyssey』
41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1
Volume 2
장르
레이블 엔디자이너스
유통사 마운드미디어
공식사이트 [Click]

「21st Century Odyssey」


 

[이정희] 어떤 감정들 뒤에 나도 모르게 두려움이 함께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희망을 갖다가도, 기대를 하다가도, 설렘을 느끼다가도 어느 한 켠에는 희망과 기대가 무너져내릴까 하는 두려움이 찰싹 붙어있다. 「21st Century Odyssey」를 들으며 어느새 붙어오는 감정의 양면들을 생각한다.  여행을 안내하는 내레이션은 차가운 톤으로 이 여행이 파멸이 될지 새로운 희망이 될 지를 묻는다. 음악은 검고 깊은 밤하늘이나 망망대해처럼 어둠 속에서 냉정하게 관조하는 듯 하지만, 듣는 이 각자가 가진 다양한 감정을 예민하게 짚어내며 쉴새 없이 의문을 던진다. 삶과 죽음, 혼돈과 희망, 긍정과 좌절, 설렘과 두려움…. 점점 휘몰아치고 격렬해지는 음악은 불안과 혼돈 너머의 희망이거나, 격렬한 감정 소모 후의 카타르시스가 되기도 한다.  현재의 내가 어쩔 수 없이 양면의 감정을 가져야 한다면 나는 희망을 놓치는 말아야 겠다고, 이 여행에 파멸이 있다고 하더라도 희망 역시 존재할 것이라고 믿으며 이 곡을 듣는다.  

 

[정병욱] 도재명은 이제 ‘도인(道人)’의 경지에 확실히 이르렀다. 말장난이 아니다. 흔히 나이가 들어 신체적인 능력이 과거에 비해 다소 떨어진 운동선수가 마치 해당 종목의 ‘도’를 깨우친 것처럼 노련하고 효율적인 선택만으로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를 ‘도사(導師)’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물론 도재명은 아직 한창 기량과 경력이 현재진행형 중인 젊은 음악가지만, 나름 인디신을 풍미한 그룹(로로스)의 일원으로서, 분야와 장르를 막론하고 다채로운 협업과 프로젝트를 경험한 솔로 음악가로서, 20년 가까이 세월을 지나쳐 오기도 했다. 바꿔 말해 그의 음악, 솔로 정규작으로서 6년 만에 발표한 이번 작품, 앨범과 같은 제목의 타이틀곡 「21st Century Odyssey」에는 아무리 유창하고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고 해도 신인이나 신진 음악가에는 어울리지 않을, 본능적으로 체득한 베테랑의 언어와 감각이 깃들어 있다. “Will it be doom? Or new hope?”(파멸일까? 아니면 새로운 희망일까?) 영어라서 그렇지 꽤 직설적으로 문제의식을 내던지는 인트로 속 1분 10초가량의 내레이션에는 당대가 마주한 좌절과 파멸의 징조, 고통과 불안의 과정을 미지를 향한 하나의 ’여정‘으로 받아들이는 초월적이고 대담한 시각이 녹아있다. 그 이후는 해당 대서사를 좌지우지하는 철저히 각본가와 선원의 몫이다. 내레이션에 배경으로 제시한 그리 짧지 않으면서도 뇌리에 강렬히 남는 훅킹한 테마와 이의 변주, 재즈-록에 해당하는 외피를 1980년대가 아닌 1970년대의 그것처럼 즉흥성과 추상성에 초점을 맞춰 소화하는 후반부의 질주는 포스트록의 영역에서도, 팝 영역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없었던 이 곡만의 풍경이다. 이제 막 우주선이 출발하며 신스와 색소폰의 사운드 뉘앙스가 다분히 과거를 호명할 때는, David Bowie의 「Space Oddity」(1969)를 있게 한 영화 《2001: A Space Odyssey》(1968) 혹은 도재명이 스스로 레퍼런스로 밝힌 Daft Punk의 『Random Access Memories』(2021)가 잠시 떠오른다. 그러나 도재명의 “아트해줘.” 한 마디로 완성됐다는 동료들의 휘몰아치는 마무리 연주 후 남는 건 결국 전작과 지난 시대가 아니라, 이 시대를 통과 중인 우리 스스로의 진한 체취와 정서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21st Century Odyssey
    도재명
    도재명
    도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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