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싱글 10위

유라 (Youra)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
29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07
Volume 1
장르 알앤비
레이블 자체제작
유통사 지니뮤직, 스톤뮤직 Ent.
공식사이트 [Click]

「구운듯한 얼굴이 너의 모티프」


 

[김병우] 이렇게까지 탱고 혹은 재즈의 자유분방함을 철두철미하기 문법적으로 이행한 싱글도 드물다. 가사 또한 단순한 방식이 아닌, 리듬 구조에 충실한 방법으로 ‘설치’한다. 더구나, 곡 전반을 아우르는 편곡 또한 엇박과 정박을 부단히 오가는데, 갑작스레 등장하여 두 번의 보컬 멜로디를 넌지시 건넨 후, 밴드의 자유로운 연주로 후반부를 채운다.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도 나무랄 데 없이 흥미로웠지만, 이처럼 독특한 구조를 지닌 곡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쉽게 들어갈 수 있어도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곡이다.

 

[이아림] 상투적이긴 해도 유라의 음악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매력적인 음색‘이다. 설령 매력적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주문을 외는 듯한 신비로움은 분명 인상적일 것이다. 성대와 공기의 파동으로 이뤄지는 소리(音)지만, 이를 분별하기 위한 단어 ’음색‘은 빛깔(色)을 더하고서야 유의미하게 정의된다. 소리의 비가시성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음색은 메신저의 알림음, 악기의 연주, 심지어 시계바늘의 똑딱임까지 광범위한 범주를 다루며 모든 소리를 인식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음색이 의미를 갖는 순간은 사람의 목소리를 호명할 때다. 목소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모창과 변조를 통해 위장할 수도 있음을 상기하면 음색으로 소리를 분별하기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목소리마다 존재하는 독자적인 고유성은 지문처럼 제각기 달라서 음색에 유일성을 부여하고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만든다. 지난 5년간 유라의 활동은 다양했으나 어떤 음원이든 공통된 인상을 남겨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015B의 객원 보컬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싱글 및 EP의 발표, 《더 팬》(2018) 출연, 밴드 만동과의 합작 EP 『이런 분위기는 기회다』(2022)에 이르기까지, 유라가 구현한 음률은 제각기 달랐으나 남긴 잔흔은 언제나 몽환으로 수렴한다. 그의 음성에는 느른한 중저음의 톤과 둥글게 말아 내뱉는 발음이 빚어내는 몽롱함으로 특유의 매력을 전파한다. 유라는 첫 정규앨범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를 두고 ’일련의 궁상맞은 체화의 과정을 거쳐 만든 음악‘이라 소개하지만, 알앤비에 기반한 트랙들은 전곡 타이틀 다운 고혹과 뇌쇄를 오가며 강렬한 개성을 보여주고, 오로라와 달, 화원 등 곡에 등장하는 명사들은 노래에 맞춰 한 폭의 정경을 그려낸다. 정작 음악을 구성하는 활자들은 ’구운 듯한 너의 얼굴이 모티프‘란 제목을 시작으로 ’저 달들이 둠둠 실려 가네‘, ’귀퉁이 옆만 더 걸어가자‘ 등 비현실적이며 난해하다. 그럼에도 밤하늘의 별과 무너진 모래성 등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유라의 친절함이 이 곡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가사의 의미를 해석하기엔 영문 모를 표현이 빼곡해도 이를 채우고 있는 단어들은 다채롭고 명징해서, 세세한 형태를 갖추는 동시에 상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힘을 뺀 창법은 무력한 공허마저 느껴지고 통통 튀는 멜로디는 가볍지만, 탄탄한 연주와 고혹적인 보컬은 짙은 농도와 무게감을 더해주고 각각의 요소들은 수상하지만 이색적인 조화를 자아낸다. 이처럼 독특한 분위기는 해석에 대한 시도를 무위로 돌릴 정도로 기운차며 유라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특질을 총체적으로 담아낸다. 모호하지만 생동감을 불어넣는 수사와 무심하고도 유려한 흐름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곡이자 “가장 아름다운 악기란 인간의 목소리”라는 말을 떠올려 보게 되는 곡이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구운듯한 얼굴이 너의 모티프
    유라
    유라, 송남현
    송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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