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K-Pop 내에서는 뱀파이어, 음양오행, 평행우주까지 다양한 세계관이 존재한다. 하지만, 각 멤버를 특별한 능력을 가진 ‘S’라 지칭하며 24명의 인원을 예고한 경우는 전무하다. 이달의소녀를 기획했던 정병기 대표를 중심으로 일반인부터 걸그룹 활동 이력을 가진 멤버까지 ‘트리플에스(tripleS)’의 구성 요소 또한 이례적이다. 좋은 음악을 기본으로 삼아 독특한 운영방식과 트렌디한 영상으로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트리플에스의 현재를 논하자면 엄연히 ‘tripleS AAA’라고 명명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데뷔 음반 『ACCESS』의 부제 ‘Acid Angel from Asia’는 일종의 유닛 개념인 ‘DIMENSION(디멘션)’을 지칭하는데, 모든 디멘션은 판매량을 기준한 예외를 제외하곤 일회성 활동을 한다는 점은 혼란과 흥미를 유발한다. NFT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까지 더한 그룹의 특이점과 유기성은 AAA를 포함해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트리플에스의 활동에서 기시감이 드는 건 무한 확장성을 지닌 유닛 기반으로 활동하는 엔씨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그룹을 처음 선보인 4명의 멤버를 비롯해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형태는 이달의 소녀를 떠올리게 하는데, 멤버가 아닌 구성원 조합의 무한 확장이라는 점과 팬들의 참여로 공개 및 구성되어 활동한다는 점은 이들만의 차별화 전략일 것이다. 트리플에스의 독특한 시스템은 너무 복잡한데다 상업성에 대한 비판 및 그룹 내 경쟁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오브젝트(Objekt)', ‘코모(COMO)’, ‘그래비티(Gravity)’ 등의 용어로 가미된 오락성과 아이돌을 직접 육성하는 MMORPG 체제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단맛과 쓴맛이란 일련의 흐름을 벗어나 산성의, 신맛을 의미하는 ‘Acid’란 키워드처럼 트리플에스는 단순한 방식과 세련된 표현으로 특색을 보여준다. 「Generation」 속 과감한 원색과 풍성한 워머를 입은 채 셀카, 댄스 챌린지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멤버들은 현세대의 모습을 담아낸다. 틱톡 등 SNS의 화면 프레임과 Y2K가 공존하는 영상처럼 곡 역시 과거와 미래의 미묘한 경계를 타며 현재를 노래한다. 가사의 절반을 차지하는 의성어 뒤로 붙는 훅은 예스럽고 몽롱함을 더해 허밍처럼 가볍게 소화한 보컬은 세련미가 느껴진다. 특히, 흔치 않은 중저음의 목소리와 브라스를 통해 보컬-기타의 간극을 메꾸는 센스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소 불안하지만 독특한 파트와 함께 시선을 잡아채는 공유빈의 끼는 재미를 더하고 퍼포먼스와 탄탄한 보컬로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김나경과 이전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김유연의 풋풋함, 맑은 음색과 여유로운 퍼포먼스로 보완하는 정혜린의 조합이 흥미롭다. 이외에도 뭄바톤 기반의 힙한 「Rolex」부터 두 번째 디멘션을 예고하는 「+(82)」까지 핑클, 베이비복스 등 90년대 후반 가요의 아우라를 은근하고도 색다르게 보여주는 점이 트리플에스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