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싱글 2위

잠비나이 (Jambinai) 『발현:發顯/apparition』
61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2.11
Volume SP
장르
레이블 더텔테일하트
유통사 포크라노스
공식사이트 [Click]

「지워진 곳에서 (feat. 선우정아)」


 

[김병우] 잠비나이의 음악이라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바가 있다. 선우정아의 음악이라면 으레 이럴 거라고 짐작하는 바도 있을 것이다. 그럼 이 곡은 그 두 가지 ‘그림’를 합한 결과물일까. 아니다. 이 곡은 조합 그 이상의 것을 들려준다. 분노와 슬픔을 꾹꾹 억누른 채 오가는 그들의 음악은, 분노와 슬픔의 폭발적인 양상은 물론이거니와 분노와 슬픔으로 얼룩져서 사라지는 영혼의 절규를 심도 깊은 필치로 그리는데 모든 힘을 기울인다. 그러다 순간, 곡은 한 마당을 과감히 끊어내고 허밍과 기타 연주의 이중주를 들려주며 곡을 끝낸다. 마치 분노와 슬픔은 수단에 불과하다는 듯이, 영혼의 절규를 ‘기억’하기 위해 분노와 슬픔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려는 듯이, 곡은 담백하리만치 절제된 필치로 자신의 차례를 마친다. 과감하리만치 놀라운 선택이 이 곡을 단순한 ‘외침’ 이상의 것으로 바꿨다. 망각 속에서 부유하느니 기억을 놓지 않으며 소외된 곳에 자리잡겠다고 다짐한 그들은 그렇게 올 한 해 한국 대중음악이 들려줄 수 있는 가장 담대한 곡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이아림] 어느덧 12년 차 활동을 맞은 밴드지만, 잠비나이는 여전히 특정한 표현으로 규격화하기 어려운 팀이다. 메탈/록, 크로스오버로 규정되는 음악들은 많지만, 잠비나이의 음악에는 유독 장르 간의 무경계가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정규 3집 『온다 : ONDA』(2019) 이후 오랜만에 발표한 신작 『발현 (發顯/apparition)』은 이전보다 어둡고 거친 분위기를 풍기며 더욱 모호한 장르 음악을 구사한다. 특히, 계시에 가까운 ‘발현’이란 뜻과 같이 잠비나이는 이 앨범을 통해 ‘뭔가 제대로 보여주는’데, 4곡 모두 상실을 담고 있지만 단순한 체념과 절망의 서사가 아닌 음울한 진보라는 점이 흥미롭다. 선우정아의 목소리가 더해진 「지워진 곳에서」는 해금과 함께 냉소적인 보컬이 서늘하고 음산하다. 일면적으로는 앰비언트와 사이키델릭의 요소가 느껴지는 격렬한 협연과 불길한 적막이 'covid-19'라는 시기적 요소와 맞물리며 고난과 고통을 연상케하고, 남겨진 이와 떠나지 못한 이의 시선이 뒤엉킨 노래는 "망각의 시간"과 "지워진 곳"에 놓인 모든 것을 향한 레퀴엠처럼 울적하다. 그러나 꾹꾹 누른 감정의 억압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연주에서 느껴지는 처절함은 공포나 불쾌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기묘한 애상을 짙게 남긴다. 대놓고 슬픔을 말하는 것보다 울음을 삼키는 모습에 애처로움을 느끼는 것처럼, 담담한 보컬은 자연스레 건조함과 애절함을 오가고 이일우의 기타는 멜로디보다 소리의 질감 표현을 내세우며 이를 뒷받침한다. 약 3초마다 반복되는 심벌 스타일의 노이즈는 긴장감을 더하고, 헤비니스의 곡들과 견주어도 좋을 최재혁의 드러밍은 강약 조절로 곡의 상승과 하강을 리드하는데, 이에 더해지는 거문고와 해금은 폭력적이리만치 독기를 품고 청자를 압도한다. 그리고 이 위압감은 충분히 괴로워해도 괜찮다 위안을 주는 동시에 앞을 향해 나아갈 추진력을 준다. 담담해서 처절하고 무심해서 애틋하며 여운까지 높은 몰입도를 남기는 이들의 20주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2
    지워진 곳에서 (feat. 선우정아)
    이일우
    이일우
    이일우, 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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