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우] 가사는 이랑의 아이덴티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게 신중히 고른 말로 아픔을 쏟아냈다. 그 지점을 산뜻한 축제처럼 쏟아냈다는 게 경이롭다. 잘 들리는 노래이자, 잘 들어야 하는 노래다.

[정병욱] 그가 좋은 음악가, 가수이기에 앞서 뛰어난 기획자, 영리한 종합예술가라는 생각이 더욱더 짙어진다. 달리 말하면 「늑대가 나타났다」는 분명 꽤 힘을 준 노래다. 시대와 현실을 암시하는 문학적, 우화적 수사와 구체적인 서사, 관찰자의 시선, 울부짖는 독창과 연극적인 합창까지 전작들보다 훨씬 노골적이다. 음악만 통해서는 언뜻 그 피안을 훑을 수밖에 없는, 서사극(epic theatre)을 환기하지 않을 수 없는 극예술에 가깝다. 하지만 뜻밖에 음악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교조적이지만, 화자의 개입과 세계에 대한 직설적 판단은 최소화한 채 명징한 멜로디, 그와 함께 오르내리는 첼로의 선율 그리고 익숙한 극적 부침에 진하게 기대고 있다. 이는 앞서 『욘욘슨』(2015)이나 『신의 놀이』(2016)에서 보여줬던, 문학적 성질이 확연하게 ‘노래’의 매력과 즐거움에 다가섰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이 노래를 잠시라도 귀에 스친 이라면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합창단의 외침이 한동안 귀에서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