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싱글 6위

봉제인간 『12가지 말들』
374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3.10
Volume 1
장르
레이블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유통사 와이지플러스
공식사이트 [Click]

「12가지 말들」


 

[김병우] 준비 동작 없이 듣는 이의 기운마저 뺏어가더니 끝까지 곁을 내주지 않는다. 변박이 난무하는 드럼이나, 선명한 기타, 그리고 가사마다 긴장감을 수놓는 보컬에 이르기까지. 기세를 뺏은 그들은 소통을 시도하기 위해 이리저리 말을 건네지만, 대답을 할 틈도 없이 휘리릭 넘어간다. 그렇게 천천히 에너지를 확정해나가겠다는 청자의 기대를 배신하고 이들은 뜬금없이 느긋한 사운드로 접어든다. 느긋한 사운드 속에서 그들은 말한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누구라도 말이 통하는 사람을 찾으라고. 말이 안 통하면 하는 척이라도 하다가 그냥 죽어버리라고. 마치 잘 만든 부조리 연극을 보는 듯한 이 곡은 말의 여러 방향을 시험해본다는 양, 여러 어프로치와 편곡 구조를 대입하면서 일종의 소우주를 그리지만, 그것이 하나의 결과로 집결되는 순간, 소우주는 사라지고 소멸만이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은유한다. 다양성으로 빛나는 세계, 그러한 세계의 고정이 주는 소멸을 촘촘한 구성과 재기 넘치는 감각으로 묘파한 이 곡을 제외한 채 올해의 싱글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일동] 드럼이 밴드를 끌고 가는 순간, 기타와 베이스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어설픈 필인은 드럼의 스트레이트 리듬을 방해하는 겉치레가 될테니. 리프만 반복하면 노래가 끝날 때까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을테니. 이 난제를 봉제인간은 정말 현명하게 헤쳐나간다. 드라이브 가득한 베이스는 리듬 사이를 슬라이드로 끊어내며 자기 맛을 더하고, 기타는 선 굵은 리프로 탄탄한 드럼이 기타 연주 사이에서 어딘가에서 빛나게 밴드 사운드를 재편한다. 거기에 다른 악기가 뮤트하는 사이에 변박을 치고 나가는 역할마저 자처하며 기타 소리 사이에 드럼과 베이스를 품는 과감함을 들려준다. 세 악기는 어느 하나만 빠져도 곡이 가진 긴장의 끈이 완전히 풀어지는 팽팽하기 이를 데 없는 상태다. 슈퍼 밴드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긴장과 이완의 관계라고 할까? 봉제인간은 이 노래로 마스터클래스를 시연하는 중이다. 이 음악을 듣고도 입이 떡 벌어지지 않는다거나 “만약 대화가 안 통하면 그때는 어쩔 수 없”다. 록음악을 들을 자격이 없는 상대이니, 그냥 죽...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12가지 말들
    봉제인간
    봉제인간
    봉제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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