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Dog or Chick」(2021) 이었다. (이 곡은 2022년 초 정식 음원으로 발매한다.) 유튜브 채널 《일반인들의 랩라이브》 「DNA Remix」(2021)에 참여해 씬스틸러로 톡톡히 주목받은 후, 허클베리피가 주도한 「Wolves」(2022)에서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게릿아일(김아일)의 데뷔 초창기를 떠오르게 하는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 그런 목소리를 한꺼풀 걷어내고 듣다보면 페이소스가 묻어있는 탄탄한 라이밍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다민이가 《보일링걸스》(2022) 인터뷰에서 밝혔던 '(듣는이에게) 흥미로우면 좋겠다'는 방향은 스스로를 다그치며 만든 톤부터 다양한 주제의 공격적인 가사에까지 두루 드러난다. 힙합을 하는 이유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다지고 (「Dog Or Chick」 시리즈), 정공법으로 승부하겠다는 결심을 밝힌다(「Dog」). 단시간에 찾아온 하입(hype)에 따라붙는 질시와 충고는 대범하게 뒤켠에 두고 무시하지만 (「땡큐」), 보다 잘 하고 싶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잘 있지」). 아울러, 「땡큐」와 「잘 있지」의 톤은 초창기 주목받았던 포인트를 희석시키며 다양한 표현력을 증명하는데 성공한다. 여기에 은근히 '고풍스런' 면모를 고수하는 붐뱁에 바탕을 둔 프로덕션이 모든 싱글을 관통하며 매력 포인트로 함께 빛난다. (이 곡들중 다민이의 정수를 느끼려면 톤, 공격성, 가사 모두 최상급의 결기로 가득한 「Dog」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굳이 《Show Me The Money 11》의 성과를 더하지 않더라도, 다민이는 올 한해 자신의 커리어를 최선을 다해 영리하게 펼쳐내었다. 장르 음악씬 중에서도 힙합이야말로 가장 많은 아티스트들이 명멸하는 불꽃튀는 전장이다.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이처럼 많은 선배 아티스트들의 샤라웃을 유도하며, 마침내 수많은 대중이 알아보는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다민이가 만들어낼 미래는 충분히 더 많은 기대감을 가질 가치가 있다. 아직 '전개'의 초입에 불과한 다민이의 행보를 계속 주시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낼 '절정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