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hoice

올해의 앨범 5위

박지하 『The Gleam』
445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2.02
Volume 3
장르 크로스오버
유통사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1집 『Communion』(2016)을 발표하며 《음악취향Y》의 순위 (2016년 올해의 앨범 6위) 와 그로부터 한 계단 오른 이번 순위(2022년 올해의 앨범 5위)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물론 필자들의 투표에 의한 숫자놀음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서정민과 함께 듀오 숨[suːm] 프로젝트를 지속하며 이미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당시의 박지하는 이제 막 본격적인 솔로 활동의 첫걸음을 떼며 좋은 동료들과 함께 국내 신의 자장 안에 있었다. 사실 국악이라는 출신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려 했지만, 꼬리표는 여전했다. 연이은 호평에는 반가워했지만, 자신의 음악이 왜 재즈 신에서 회자하는지 역으로 질문했다. 조금 서둘러 2집 『Philos』(2018)를 발매했던 건 아마도 그것이 자기 음악에 대한 안팎의 물음에 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구체적인 음악의 변화보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다. 시간이 더 흘러 이번 앨범에 이르러서야 그와 그의 음악은 진정으로 자유로워진 것 같다. 물론 대외적으로 국내 활동보다 해외 활동이 훨씬 잦고 익숙해지며 자연스럽게 소속이나 영토에 관한 논의에서 벗어난 것도 있다. 작품 내적으로는 영리한 구성과 배치가 돋보였던 1집, 자신의 소리와 이야기에 몰입했던 2집을 지나 이제 아티스트 본인이나 청자 모두가 온전히 작품에 초점을 맞출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숨과 호흡을, 사랑과 ‘Philos’를 연주했던 그는 이제 외면의 빛(‘gleam’)을 묘사한다. 굳이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주로 소리의 채움과 방법론을 이리저리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던 전작과 달리, 이미 자리 잡은 작법을 바탕으로 지극히 작은 편성의 관악 구성이 선사할 수 있는 여백과 공간감을 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작만 봐도 앨범의 인트로에서 엇비슷한 ‘페이드인’(fade in) 효과를 구현하지만, 달음박질하여 지금, 여기에 도착하는 「Arrival」(2018)과 서서히 여명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At Dawn」은 그 태도에 있어 차이가 있다. 같은 물질성을 표지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시각을 더 앞세움으로써 추상성과 상상의 여지를 훨씬 강조했고, 여백이 늘어나며 오히려 표현 가능한 다이내믹의 폭이 넓어졌다. 덕분에 갈수록 꽉 찬 소리에만 익숙해지던 2022년의 청자는 피리, 생황, 양금, 글로켄슈필 등 그가 구사하는 생소한 언어의 매력을 광활한 여백 속 미묘한 긴장과 상상을 통해 마법 같은 경험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순위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지만, 당연히 작품이나 환경의 우열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상투적인 상찬으로 요약하자면 이제야 비로소 박지하의 음악을 박지하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재즈가 아무리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오롯이 품었더라도, 이 앨범을 ECM의 영토 어느 구석에 밀어 넣기도, 그렇다고 그가 속한 Glitterbeat의 무수히 많은 글로벌뮤직의 한 갈래에 분류하기도 어렵다. 말하자면, 더는 범 전통음악도, 재즈 크로스오버도 아니고, 포스트 미니멀리즘도 아니다. 명상음악의 기능이나 컨템포러리 인스트루멘탈의 대표적인 양태로부터도 달아나 있다. 어떤 예술가는 자기 증명이 평생의 중요한 과제이자 실제 명작을 낳는 조건이다. 이를 위해 부단히 장르의 미학을 연구하고, 모범의 교집합을 실현하는 데 온 힘을 쏟기도 한다. 그러나 박지하는 끊임없이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기를 택했고, 거기에도 분명 정답이 있었다.

 

Credit

[Musician]
Piri : 박지하
Saenghwang : 박지하
Yanggeum : 박지하
Glockenspiel : 박지하

[Staff]
Balance Engineer : 최정훈@Audioguy Studio, Seoul
Record Engineer : 정준@Audioguy Studio, Seoul
Mixing & Mastering Engineer : 백종성@The Veax's Studio, Seoul
Art Direction & Graphic Design : Post Poetics
Cover Photography : 구본창
Insert Photography : Studio Gut
Supported by 서울특별시 & 서울문화재단
Special Thanks To 조완, 이동원, 구본창, Curtis Cambou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At Dawn
    -
    박지하
    박지하
  • 2
    Sunrise : A Song Of Two Humans
    -
    박지하
    박지하
  • 3
    Light Way
    -
    박지하
    박지하
  • 4
    A Day In...
    -
    박지하
    박지하
  • 5
    The Way Of Spiritual Breath
    -
    박지하
    박지하
  • 6
    Restlessly Towards
    -
    박지하
    박지하
  • 7
    Nightfall Dancer
    -
    박지하
    박지하
  • 8
    Temporary Inertia
    -
    박지하
    박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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