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크로스오버 장르의 대중적인 성공으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딜레마도 생겼다. 대중적인 방향성과 추구하는 음악스타일 사이의 무게 중심에 혼란이 생긴 것이다. 아울러 과거처럼 즉흥연주 기반의 크로스오버 재즈를 표방하는 국악에 입장에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도 부딪혔다. 대중화로 인해 발생하는 음악적 표현들의 유사성은 장르의 대중화가 겪는 통과의례라고도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넘어야 할 벽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들과는 다르게 마찰의 음악들은 상업적 틀로 맞춰진 크로스오버의 틀을 벗어버리고 끈끈한 음악적 고행을 주저하지 않는다. 프로 뮤지션들과의 시너지 외에도 추상적인 상상의 영역이었던 즉흥 연주의 마디들이 어디에 정확히 안착해서 소리를 찌그러트리며 변주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국악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었던 큰 특징을 어떻게 다른 테크닉과 소리들로 조합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마찰의 멤버들은 형식적인 합일이나 즉흥연주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사운드를 예민하게 짚어낸다. 폭발적인 소리와 구성진 리듬이 불편하게 움직이는 시간의 틀안에서 어떤 음악을 남길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통해 제대로된 표현의 방식을 얻어낸다. 미지의 것을 기억하고 변주하면서 얻어지는 숙련된 아름다움 자체로 빛나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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