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게 쪼갠 16비트 위에 제법 농염한 톤을 가진 김조한의 보컬이 능수능란하게 입혀진다. 기본적으로는 정재윤의 곡에 김형석 특유의 투명한 터치를 통해 완성된 이곡은 미국의 알앤비가 어떻게 한국의 발라드 씬으로 로컬라이즈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예이다. 소위 ‘본토’에서 넘어온 이민세대 흑인음악 뮤지션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대중음악 씬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이 이 1990년대 초중반이다. 시기적 문제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장의 문제인데, 그러니까 글로벌 팝이 한국에서 생산, 대체될 정도의 포텐셜을 갖춘 내수시장이 적어도 이 시기에 형성되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한국식' 발라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 곡이 솔리드를 대표적인 흑인음악 그룹으로 만들어주었다는 사실 역시 흥미로운 아이러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