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센세이션이라고 불러도 절대 부족함이 없었다. 공중파 가요 차트든 노래방 순위든 이 어린 여가수의 데뷔곡의 인기는 독보적이었다. 한국 아이돌 산업이 본격적인 '춤바람'으로 시장을 재편해가던 시기에 여전히 발라드가 가진 시장성을 증명하고 있었다는 점 역시 특기할 만 하다. 하지만 양파가 그저 십대의 알앤비 여가수라는 독특한 조건 뿐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인기를 얻지도 또 오랜 기간의 성공을 기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와 시원스레 뽑는 고음의 코러스, 하지만 제법 따라 불러 볼만한 난이도를 갖춘 만듦새는 다른 기교파 알앤비에 비해 좀 더 ‘친근’했다. 흑인음악의 창법을 모방하면서도 뽕끼 서린 그녀의 스타일이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알앤비 발라드의 정형 중 하나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