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80’s Best 80 64위

들국화 『제발』

919 / 작성일 : 2012.03.16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6.09; Volume 2; 레이블 동아기획

이 앨범을 향한 대부분의 아쉬움은 전작을 바라보며 이야기되었다. '그렇구나'라고 수긍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 앨범은 그 자체로도 다소 루즈하다. 멤버 각각의 창작열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공간을 나눠가진 점은 전작과 동일했으나, 6명으로 늘어난 라인업 덕에 최성원-전인권 주연에 타 멤버들의 신 스틸(scene steal)이 공존했던 앨범 속 '황금비율'은 산만해졌다.

「제발」의 세련된 절박함과 「너랑 나랑」의 구수한 민요적 감성 사이의 갭, 엘레지와 동요를 연결하는 「또다시 크리스마스」의 이질감은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절정에 달했던 젊은 그들은 이 아쉬운 모음집 안에서도 매력적인 순간들을 남겼다. 「내가 찾는 아이」나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속 최성원의 독보적인 감수성, 「너는」 속 전인권의 신경질적인 전율은 이후 그들 각각의 음악적 여정을 알려주는 듯 하고, 앨범 전반에서 선연한 허성욱의 키보드 연주는 이 산만한 모음집을 부지런히 하나의 앨범으로 엮어낸다.

창작의 방향은 상이했지만 조화와 균형을 지향한 연주의 합 또한 전작의 풋풋함과 대비된다. 각자가 아름다웠던 순간, 하지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그 순간을 가감없이 담은 이 앨범은, 그래서 언제고 소중한만큼 아쉬운 옛 연인과의 추억을 닮았다.

#80 #들국화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