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est

Heaviness 50+5 1위

아시아나 (Asiana) 『Out On The Street』
91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90.03
Volume 1
레이블 서라벌

1.

단 한 장의 앨범을 남기고 사라진 슈퍼밴드 아시아나의 음악은 한국록이 시도한 또 하나의 거대한 도전이다. 코드 배열을 새롭게 해보거나, 자신만의 스케일을 개발하는 것은 창조적 연주자가 경주해야 할 당연하고도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질적으로 새로운 리듬을, 그것도 헤비메탈의 틀을 부수지 않으면서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이는 무모한 시도로 끝날 공산이 크다. 리듬을 고안해낸다는 것은 단지 박자를 쪼개거나 당김음을 사용해 개성있는 그루브를 만드는 것과는 수준이 다른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8비트 정박을 기본으로 하는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 아시아나는 헤비메탈이라는 장르가 가진 공격성과 힘을 잃지 않으면서도 밴드만의 독창적인 리듬 완성의 8부 능선을 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Breaking Out」이나 「Struggle」의 질주하는 호쾌함보다「Asiana」과 「Out on the Street」의 독특한 리듬감이나 「Paradom」의 얽히고 설킨 드럼, 베이스, 기타 연주야말로 앨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임재범은 쇳소리 두성과 엄청난 호흡을 바탕으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선보인다. 백두산 시절과 비교할 때, 훨씬 정교해지고 날카로워진 김도균의 기타는 유상원이 조제하는 창조적 드럼 리듬 위에서 독특한 한국적 스케일로 맘껏 춤을 춘다.


보컬-기타의 대비와 조화를 저울질 하는 것이 (녹음 문제로 귀에 잘 들어오진 않지만) 드럼의 리듬을 화끈하게 지원하는 김영진의 베이스라는 사실마저 감탄스럽다. 영국까지 가서 진행한 결과물이라고 보기에 너무나 열악한 녹음이 못내 허탈하게 만드는 한국 헤비니스의 슬픈 절정. [조일동]


2.
김도균이 아시아나로 활동하던 1990년은 한국 헤비메탈 역사의 분수령이다. 미8군에서 활동했던 음악인이 TV에도 등장할 수 있던 마지막 시대였고, 하드록과 헤비메탈에 대한 세간의 이해와 관심이 지금처럼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던 시대였다. 분명 이들의 음악은 당시 해외에서 유행하던 스래쉬 메탈이 아닌, 블루스와 하드록에 근저를 둔 채 뻗어나간 헤비메탈이었다. 비록 영미의 음악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 음악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던 시절이었다. 시류나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음악적 감수성과 성과물을 그대로 펼쳐 보이겠다는 문화적 자신감이 충만했던 시기였다.


과연 이들의 시도가 시대착오적이고 세계의 주류에 발맞추지 못한 실패작이었나. 세계진출의 좌절이 이들의 음악적 성과에 흠집이 되었나. 오히려 팝 메탈과 스래쉬 메탈이 주름잡던 해외에서 얼터너티브의 충격이 메탈을 침몰시켰던 것과는 달리, 이 땅의 든든한 ‘사나이’들은 꿋꿋이 헤비메탈을 음지와 양지에서 이어갔다. 결코 쉽사리 시류에 영합하지 않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묵묵히 갈고 닦았다. 해외의 영향을 받되, 세계 속에서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20년 후에도 이들은 현역으로 활동하고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다. 그리고 후배들도 아시아나를 뒤이어 한국 인의 메탈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은 ‘아저씨’가 되셨지만, 20년 전의 김도균은 가죽 재킷과 오토바이로 무장한 ‘사나이’였다. 나? 20년 전의 나는 초딩도 아닌 코찔찔이였다. 그리고 정확히 20년이 지나서 나는 아시아나를 이끌던 김도균의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시아나의 「Asiana」를 들으며 여전히 감동한다. [김동석]


3.
한국 대중음악 전체, 혹은 일부의 역사를 설명하려 할 때 쉽게 범할 수 있는 오류 한가지는 특정 음악을 한국이라는 닫혀진 공간 안에서 내적인 완결성과 음악성만으로 따져보려 하는 것이다. 소위 이 땅의 어쩌구 운운하는 낭만적 언설들이나 한국적 뭐뭐, 영원불멸 지고지순한 뮤지션쉽 같은 뭔가 딴은 있어보이는 거창한 말들이 이런 맥락에 두루 걸쳐 있다. 전부 틀린 말은 아니나 정작 중요한 것들이 빠져있다.


사실 대중음악은 언제나 관계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구조적으로는 외부의 영향과 내부의 발전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분석할 수  있을 때 그 타당한 가치가 올바로 조명된다. 아시아나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 임재범의 육중하면서도 문득문득 한국적 한이 서린듯 소울 냄새를 풍겨내는 목소리, 김도균의 국적을 무색케 하는 무시무시한 피킹의 향연이 주는 이질적인 하모니는 물론 그 자체로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가치는 이 앨범의 동시대성이다. 1980년대의 그 10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헤비메탈이라는 장르 음악이 이제 그 누구에게 들려줘도 부끄럽지 않을 한 장의 앨범으로 갈무리되었다는 것 말이다. Hendrix와 Led Zeppelin에 세례받고, Deep Purple을 추종하고, Ozzy와 Iron Maiden에 사사 받던 그 모든 메탈키드들의 열망과 로망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


영국에서 견문을 넓히던 김도균이 작심한듯 새로운 작법과 어프로치들을 공격적으로 쏟아붓는 가운데 팬들은 임재범이라는 전혀 다른 카리스마와도 대면한다. 음악과 퍼스낼리티 모두 더 바랄나위가 없을정도로 훌륭했다. 다만 문제는 시기였다. Kurt Cobain이 시애틀에서 새로운 흐름을 일구고, 메탈은 정반대로 오로지 더 빠르게 폭주하고 있던 바로 그때다. 뒤늦게 정통을 표방하고 나온 아시아나의 만듦새는 서구의 것을 찾아 뒤따르는 것을 사명으로 알던 "Made in Korea" 그 모두의 가능성과 한계를 뼈저리게 증거하는 순간이었다. [김영대]


4.
냉정하게 말해서 이 앨범에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니다. 슈퍼밴드의 뛰어난 연주가 담긴 명반임은 분명하지만 역사성에서는 노이즈가든에 뒤지고 양식적인 면에선 블랙홀에 뒤진다. 그렇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모든 선정위원들이 유일하게 이 앨범에만 5점 만점을 부여 했는데 다함께 뭐에 홀렸던 것은 아닐까? 만약 음악성이나 역사성, 대중성 등 의 항목을 만들어 놓고 채점을 했다면 이 앨범은 정상을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결과가 매우 흡족하다. 흥분되고 격앙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아시아나의 데뷔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인 『Out On The Street』가 한국 헤비니스 최고의 명반인 이유는 ‘본능’ 때문이다. 헤비메탈의 ‘야성’이 생생히 살아 있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헤비메탈의 본능, 그 동물적 야성이 선정위원들의 이성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헤비메탈은, 한국의 헤비메탈은 모든 음악의 무의식이었다. 밑바닥에 잠긴 거대한 리비도였다. 1986년으로부터 20년도 더 지난 지금, 거대한 덩어리를 인양하는 순간, 굶주린 암사자 한 마리가 높이 뛰어올라 스스로 언덕 제일 끝자리에 올랐다.


선정위원들이 이 앨범을 1위로 뽑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 앨범의 야성이 스스로 왕위를 획득한 것이다. 「Struggle」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높은 피치의 서스테인 비브라토가 이것을 증명한다. 「Out On The Street」에서 앞발을 들고 위협하며 순식간에 공격하는 유상원의 드럼 역시 같은 증거다. 임재범의 목소리가 심하게 깨어져 과장돼 있지만 그마저도 요상한 아우라를 풍기지 않는가. 김영진도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이 펄펄 날아다니는 악기들을 굵은 베이스 줄로 연결해 한 곳에 집중하도록 만들었을까.


아시아나에는 80년대 헤비메탈이 채 담지 못했던 에너지가 가득했다. 아니, 80년대의 에너지들이 모두 아시아나에게로 모여 앨범 커버처럼 한순간 폭발해 버린 것만 같다. 믹싱과 마스터링이 미진해 사운드의 질감이 불안정한 것 역시 한국 헤비메탈의 불안정한 에너지 구조를 확인하는 듯 느껴진다. 이 모든 것이 그룹송 「Asiana」에 담겨 있다. 더 이상 글로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용기가 있다면 사나운 암사자와 당당히 맞서길 권한다. 당신 안에 숨겨 있던 포악한 야성을 다시 살아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전자인형]

Credit

임재범 : Vocal
김도균 : Guitar
김영진 : Bass
유상원 : Drum

프로듀서 : Kenny Jones
기획사 : SRB
레코딩 스튜디오 : Matrix Studio

Produced by Kenny Jones
Recorded by Kenny Jones, Chve Goddard
Recorded @ Matrix Studio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Breaking Out
    Dave
    김도균, 임재범
    아시아나
  • 2
    Struggle
    Dave
    김도균, 임재범
    아시아나
  • 3
    Tom Kat
    Dave
    김도균, 임재범
    아시아나
  • 4
    Paradom
    Dave
    김도균, 임재범
    아시아나
  • 5
    Out On The Street
    Dave
    김도균, 임재범
    아시아나
  • 6
    Missing You
    임재범
    김도균, 임재범
    아시아나
  • 7
    Asiana
    Dave
    김도균, 임재범
    아시아나
  • 8
    Dancing All Alone
    Dave
    김도균, 임재범
    아시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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