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취향Y

Y-Best

80’s Best 80 71위

괴짜들 『사랑의 빛』

891 / 작성일 : 2012.03.08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6.03; Volume 1; 레이블 서라벌

들국화의 멤버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최구희를 주축으로 한 4명의 뮤지션의 화학적 결합은 앨범 구석구석에서 증명된다. 하지만, 그 혼자 이 결과물을 냈다고 생각하지 말자.

이 작품의 진가는 앨범 전반을 지탱하는 드럼(안윤제)의 탄탄한 그루브와 그 여백을 세심하게 채워주는 건반(조순용)이다. 대북(大鼓)의 장엄함을 모사한 듯한 베이스 드럼. 그 사이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리프, 간주를 가득 채우는 싸이키델릭한 건반은 청자를 압도할 것이며(「사랑의 빛」), 기타를 거문고처럼 다루면서 능청스럽게 타령조로 읊어대면(「너랑 나랑」) 이건 새로운 국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마치 드럼(march drum)의 절제, 꽹과리스러운 리듬, 기타와 키보드가 번갈아 질주하는 리프가 요즘 아이돌들의 칼군무 마냥 계산된 채로 파고드는 연주곡 「무명의 권투선수」는 이 앨범의 백미다. 어떻게 이들이 아직도 들국화의 예전 멤버가 하던 밴드로 치부되어야 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앨범의 후반부에서 나타나는 '민족'의 강요(「우리는 백의민족」,「나의 한국」)는 대체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에서 록, 아니 대중음악을 하는 이들이 가지는 강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국적인 음악'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이 또한 밴드의 지향점이 명백했다는 방증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듯 하다. 『사랑의 집』은 '토속'이라는 느낌을 세련되게 함축하면서도 록킹한 사운드를 제대로 구현해낸 숨은 명반이다. 역시 세상은 넓고 기억해야 할 음악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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