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est

80’s Best 80 13위

시인과촌장 『푸른 돛』
1,32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1986.07
Volume 2
레이블 서라벌

니체가 말했었나? 진정한 낙관은 철저한 비관 속에서 비로소 싹튼다고. 하덕규의 송라이팅에 또아리틀고 있는 것은 순수와 내밀함에 대한 일종의 결벽에 가까운 강박이다. 「사랑일기」 같은 곡에서 종종 한숨 돌릴 수는 있지만 「얼음무지개」, 「매」, 「비둘기」 3연작 등이 품고 있는 섬뜩함과 허무함은 함춘호가 기여한 연주와 편곡의 투명함과 기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를테면 「고양이」와「얼음무지개」에서 보여지는 참신한 편곡과 드라마틱한 구성이 서사의 집요함을 세련된 화법으로 그려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실 이러한 모순들이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마지막에 이르면 ‘비둘기'에게 작별을 고하며 마침내 기나긴 방황에서 벗어나 해방에 도달한 듯 보인다. 하지만 도리어 이 안도감이 역설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앨범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은유. 그는 또 다시 좌절과 체념을 반복한다. 그에게 결코 낙관은 찾아오지 않는다. 나른하게 떨리는, 비음이 섞여 배배 꼬인 하덕규의 음성은 때론 날카롭고 냉소적으로 비수를 가슴에 꽂아대며 결국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들고야 만다. 하지만 그것은 카타르시스도 아니며 속시원한 토로도 아니다.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 불안정함과 비일관성은 트라우마를 어루만져주지도 못하고 헤집어젖히며 끝내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것은 아시안게임의 호화로움과 날려지는 ‘비둘기’의 평화로움의 다른 이면에서 무의식의 한켠을 꾸준히 괴롭히던, 그리고 기독교적 원죄 의식과도 또 다른, 어쩌면 그 시대 우리가 모두 공유하고 있었던 그런 원죄 의식이 아니었을까?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푸른 돛
    하덕규
    하덕규
    -
  • 2
    비둘기에게
    하덕규
    하덕규
    -
  • 3
    고양이
    하덕규
    하덕규
    -
  • 4
    진달래
    하덕규
    하덕규
    -
  • 5
    얼음무지개
    하덕규
    하덕규
    -
  • 6
    사랑일기
    하덕규
    하덕규
    -
  • 7
    떠나가지마 비둘기
    하덕규
    하덕규
    -
  • 8
    하덕규
    하덕규
    -
  • 9
    풍경
    하덕규
    하덕규
    -
  • 10
    비둘기 안녕
    하덕규
    하덕규
    -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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