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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음악취향Y의 선택》 필진별 결산 #3 : 무딘 일상을 뚫고 나온 송곳같은 음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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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겉으로는 평화로운 척, 다 아는 척 하며 뒹굴거리던 2019년. 속은 곪았고 애매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별렀던 LP 정리는 단 한 번도 하지 못했고, 그 와중에 손에 잡히는대로 꺼내듣는 일이 자주 있었다. 때때로 생각했다. 갈피를 못잡고 헤매는 것을 패션으로 알고 살았던 철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갈피 자체를 모른 채 살고 있는건 아닐까?
 
지금 소개하는 세 장의 앨범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무딘 일상 속에서 송곳같은 느낌을 가져다 준 작품들이다. 앨범의 당사자들은 일상의 송곳을 바라지 않았겠지만, 어디에나 날카로움의 흔적은 드리워지게 마련이니까. 
 


지윤해 vol.1 『개의 입장』 (2019.05)
자체제작 | 모레코즈
 

술탄오브더디스코에서 전위적인 댄스와 가끔 키보드를 맡았을 때만 해도, 그를 마냥 해맑게 움직이는 소년 정도로 착각하고 있었다. 이 앨범은 자신이 지닌 본연의 색깔을 지우고 팀에 소속된 채 포인트를 살려 일한다는 것이 제한적인 스펙트럼이라는 단순한 표현만으로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을 사려깊게 들려준다. 빨리 달리지 말고 내가 생각이 끝날 때까지 전부 기다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는 지나가는 감정을 꼿꼿하게 불러 세운다. 명백한 의미로 남기기 보다는 지나가는 한때라도 기억할만한 부분을 머리 속에 담고 싶다는 욕망을 느릿하게 표현한다. 발라드와 록의 중간 어디쯤에 자리한 아련한 느림은 반칙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의도적인 새로움을 위한 반칙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감정을 풀어내는 작업이기에 순수한 부분을 만들어낸다.
 

 

 



홍샤인 vol.1 『K-Goth Pop』 (2019.05)
내방그라운드 | 미디어스코프


비록 지향점이 무엇인지 확연하지 않지만, 아티스트들이 꾸준히 시도하는 장르가 포크이다. 단순하게 마음을 풀어내는데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지만, 막상 음악 안에서 할 말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고 그냥 주저앉는 음악도 많다. 대체 왜 그럴까? 아마도 음악을 통해 투영하려는 대상이나 자아가 불확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홍샤인은 이런 함정과 욕망 사이에서 딱 할말만 하겠다는 강단을 드러낸다. 보여주기 위한 감정이 아니라, 기괴하고 음습할지라도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사물과 풍경에 낮은 자세로 집중하며 자신의 요소를 채운다. 그의 음악이 뚜렷한 자아투영의 음악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생각이 필요하지만, 조금씩 사그라드는 자신을 부풀리지 않고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용기를 실험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정혜선 vol.3 『시공초월』 (2019.02)
제라스타 Ent. | 카카오엠
 

컴백 직후의 음악이란 흐트러진 문장처럼 어지러운 경우가 많다. 공백기를 가진 후라 창작자 스스로 그리는 음악의 선을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음악을 할 것이라는 상상이 부적절할 수는 있지만, 과거의 모습에 빗대어 그 사람의 미래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혜선의 컴백 앨범은 흐트러지면서도 나름 날카로운 과거의 정서들을 숨기지 않고 잘 배치해서 들려주고 있다. 전자음악의 활용으로 뭔가 확 바뀐듯한 인상도 주지만 앨범 전반을 아우르는 냉소적인 뉘앙스에 묻어있는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이 드러나는 특유의 스타일은 여전히 그녀가 녹슬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오랜 공백기를 가졌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자신이 섞일 수 있는 음악을 찾아내는 혜안도 그저 놀랍게 느껴진다. 자신의 진폭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어떤 느낌에서 반응하는지 정확하게 반영한 음반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정확한 즐거움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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