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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음악 ‘보기’ #2] 『하이어드 건 : 영혼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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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하이어드 건 (Hired Gun). 청부업자, 음악계와 엔터테인먼트 계에도 존재한다. 단순히 땜빵이나 머릿수 채우기가 아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엄수해야 하므로 그들은 스튜디오와 무대 위에서 프로페셔널이어야 한다. 흔히들 이런 이들을 우리는 세션 뮤지션이라고 부른다. (다만 다큐멘터리는 세션 음악인의 개념을 보다 넓게 보고 있는 듯하다.) 대중음악의 역사 속에서 기억될 멜로디 라인과 깊이 새겨지는 기타 리프, 이름 석자보다 순간을 남긴 그들. 이들을 다루는 음악 다큐인 것이다. 수년 전 극장에서 개봉한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 20 Feet From Stardom》(2013)이 문득 떠오른다. 그땐 백보컬의 세계를 다뤘는데 이번엔 스튜디오와 무대 위에서 숙련된 연주와 음악인과의 연대로 인해 역사의 틈새를 채운 이들을 다룬다.
 
음악 다큐멘터리의 재미란 역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는 것이다. 메탈 팬들에겐 Steve Vai, Alice Cooper, Dave Ellefson(of Megadeth) 등이 반가울 것이고 팝 애호가들에겐 Pink, Hilary Duff 등이 쏙쏙 지나가는 대목들이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역시 이 다큐멘터리의 본 주인공은 널리 알려진 이름들이 아닌 우리가 익히 곡들으로만 익숙하나 그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 주인공 뒤편의 사람들이다. Edward Van Halen(of Van Halen)과 Slash(of Guns N Roses)와 달리, Michael Jackson의 곡들에 참여했음에도 존재감이 가려진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인 Steve Lukather(of TOTO), Ozzy Osbourne Band와 Quite Riot에 활동한 Rudy Sarzo는 그나마 양반이다.
 
록 역사의 4인조 밴드 중 현재 진행형 전설을 지금도 이어가는 Metallica의 일원이었음에도 태생부터 하이어드 건의 혈통 취급을 벗어나지 못했던 Jason Newsted는 말할 나위 없고,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큼직한 밴드 역사 안에서 항시 사망한 전임자들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Eric Singer(of KISS) 등은 눈물 한 방울급이다. 화려한 무대의 뒤편엔 고정 수익과 안정된 계약 조건이 있을 듯하지만, 기다리는 것은 해고와 경제적 불안이다. 본의 아니게 이 다큐의 시청이 끝나면 "Billy Joel 개자식"이라는 말이 머리를 거쳐 입 밖으로 나올지도 모르겠고, 밴드의 프런트맨이 아니면 나머지 연주자들은 게스트 세션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구나 하며 혀를 차게 될지도 모른다. Nine Inch Nails 초기 투어의 일원이었다 경제적 불합리를 겪고 자신도 밴드 Filter를 결성해 비슷한 형태로 프론트맨으로서의 수익을 일방적으로 취득한 Richard Patrick의 존재를 보자면 음악 비즈니스의 무정함이 새삼스럽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선악을 구분 지어 생각하기엔 참 순진무구한 발상이다. 실력, 그 실력 이상의 운과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생리인 것을. Richrd Patrick과 더불어 극 안에서 인터뷰하는 Ray Parker Jr. 의 성공(알다시피 그는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Ghostbusters》(1984) OST 주제곡 하나로 인생을 역전한다)을 보면 대중음악의 역사가 이런 잔혹한 드라마틱으로 그 생명과 관심을 이어감을 실감하게 한다. 일자리를 잃고 자살한 Billy Joel 세션이나 불의의 사고로 생전의 천재성을 연장하지 못하고 사라진 이들의 존재는 참 허탈하다. 그것조차도 엔터테인먼트 세계 안의 드라마 중 한 페이지니 무정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세션들과 음악인들은 일상 안에서 음악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들이 흔히들 놓지 않는 감동의 구조와 귀결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실상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선택 이유도 이런 맥락을 알고 있기에 그럴 것이다. 씁쓸함 안에서의 한 줄기 생의 의지를 닮은 희망. 비록 흐릿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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