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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음악취향Y의 선택》 필진별 결산 #4-2 : Top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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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선정의 변

2014년 발매된 국내앨범들 중에서 순전히 개인적 호감에 따라 몇 장의 앨범을 선정해 순위를 매겨보았습니다. 세월호 사건과 마왕의 사망, 그 밖에도 끊이지 않았던 수많은 사건사고들에 유난히 아픈 한 해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음악계엔 여느 해보다 출중한 음반들이 많이 발표된 해였기에 선정 과정에서 행복한 고민에 빠져야 했습니다. 덕분에 도저히 예년처럼 10장 내외로 정리하지 못하고 한 장 한 장 늘려가다 최종적으로 20장을 뽑게 됐네요. 좋은 음악 만들어 주신 모든 뮤지션 여러분들께 그저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註. 순위는 역순입니다.

마스터클래스×달리 (Masterclass×Darley) 『Darley's Masterclass』
에셀인터내셔널 | 2014년 4월 발매

 

그간 이 땅의 여러 프로듀서가 각자의 방식으로 ‘재즈힙합’의 지도 위에 새겨온 좌표와 지점들이 이 인디펜던트 뮤지션의 (찾기도 구하기도 어려운) 음반 한 장에 수렴되는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부디 당신들 모두가 이 모습을 생생히 봐두었으면, 그리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쏜애플 (Thornapple) 『이상기후』
해피로봇 | 2014년 6월 발매

 

유려하면서도 기괴한, 꽤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는 앨범이다. 개인적으론 지금보다 조금 더 지독해져도 좋을 것 같지만.
 

로로스 (Loro's) 『W.A.N.D.Y.』
미러볼뮤직 | 2014년 10월 발매

 

익숙한 포스트록의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나, 전에 비해 발전한 밴드의 역량이 십분 드러난다. 70분 넘게 쏟아져대는 사운드의 광풍 앞에 청자를 충직하게 잡아두는 집중도와 꽤 큰 낙폭을 가진 감성적 기재의 효율적 활용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 바닥을 메운 많은 밴드들의 앨범 중 최고 수준이다.
 

비프리 (B-Free) 『Korean Dream』
하이라이트 | 2014년 6월 발매

 

비프리가 그간 내놓은 앨범들은 언제나 ‘다음 것’을 기대하게 했다. 대부분 일정 이상의 수준을 보여준 이유도 있지만, 항상 어딘가 2%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도 있다. 그러나 세 번째 정규반인 이 앨범은 처음으로 다른 의미에서 ‘Next Big Thing’을 기대하게끔 한다. 마침내 그도 이 씬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찾아낸 모양이다.
 

언체인드 (Unchained) 『가시』
징거레코드 | 2014년 8월 발매

 

거칠고 둔중하지만 결코 내달리는데 집중하지 않는 헤비메탈 기타리프 위에서 파워풀한 드러밍과 매력적인 보컬의 포효가 요동친다. 그 와중에도 사운드의 결은 뭉개지지 않고 고막까지 그 파괴성을 생생히 전달하며, 멜로디라인과 가사 하나하나조차 살아서 꿈틀대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20년의 세월 동안 앨리스(Alice In Chains)를 속박하고 있던 무쇠 사슬이 긴 시간이 흘러 이 이역만리의 땅에서 온전히 해방(Unchained)된 느낌이 이런 것일까. 재론의 여지가 없는 2014년 최고의 헤비니스 앨범.
 

해오 (Heo) 『Structure』
세리모니뮤직 | 2014년 2월 발매

 

이디오테잎, 국카스텐, 쏜애플, 로로스, 아이러닉 휴 등 여러 팀들이 한 해 동안 연이어 소포모어 징크스를 말끔히 씻어내는 두 번째 정규작을 들고 돌아와 본 차트의 물리적 확장을 주도했지만, 그 중에서도 2014년의 안티-소포모어상(賞) 수상작은 역시 본작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첫 앨범과의 음악적 연관성을 거의 배제한 채 완전히 다른 층위의 멋진 앨범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과장 않고 전작보다 100배는 좋다(박상준)”는 평에 전적인 동의를 던진다.
 

아이러닉휴 (Ironic Hue) 『For Melting Steels』
미러볼뮤직 | 2014년 3월 발매

 

악곡, 연주, 사운드 어디에서도 흔한 록음악의 허세와 치장을 찾아볼 수 없다. 결코 극적으로 헤비하거나 몽환적이거나 예쁜 음악을 만들려 애쓰지 않는다. 그저 록음악의 미학이 지닌 본질적 힘과 구조적 측면에 미련할 정도로 집중해 묵묵히 이를 반복실험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순수한 결정들을 한 겹 한 겹 쌓고 조립해 ‘그들만의 프로그레시브 록’을 완성했다. 상점에 진열된 수많은 공산품과 같은 음악들 속에서 당당히 빛을 발하는, 세월이 오롯이 녹아든 장인의 작품이다.
 

Various Artist 『파급효과 : Ripple Effect』
저스트뮤직 | 2014년 6월 발매

 

긴 러닝타임에도 묵직하고 텐션 넘치는 랩과 비트의 물량공세가 한 순간도 한 눈 팔거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메시지 따위 거세된 채 폭력적일만큼 과시적인 자신감과 위트 넘치는 펀치라인들로 무장한 가사는 내재된 의미 따윌 찾아내려는 시도 자체를 바보로 만든다. 생각은 필요 없다. 이건 그저 무식하게 즐기는 힙합 파이트 클럽이며, 머리보다 몸이, 감성보다 본능이 먼저 반응하는 일차원적 쾌감의 카니발이다. 따로였을 땐 구성원 누구의 결과물도 이 정도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는건 본작이 모두의 시너지를 제대로 폭발시켰다는 확실한 증거다. 덕분에 근 몇 년 유행처럼 쏟아져 나온 여러 레이블-크루 컴필레이션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다.
 

서태지 『Quiet Night』
서태지컴퍼니 | 2014년 10월 발매

 

미디어가 붙인 ‘문화대통령’ 따위의 과도한 수식과 이로 인한 콩깍지/색안경에 가려 뚜렷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어려웠던, 한 사람의 ‘좋은 뮤지션’으로서의 서태지란 인물과 그의 뛰어난 감각을 데뷔 초 이후 실로 오랜만에 청자에게 생생히 전달하는 앨범이다. (여기엔 바로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했을 지난 시간들을 우리가, 그리고 그가 너무 오래 잊거나 인정하지 않은 채 살아온 건 아닐까 싶은 작은 후회까지 포함된다.)
 

이소라 『8』
유니버셜 | 2014년 4월 발매

 

분명한 건 단지 내가 알던 그녀와 다른 새로운 모습에 의한 충격과 반작용만이 본작을 이 자리에 올린 이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이 앨범은 개별 곡의 작곡/작사 퀄리티와 앨범 단위 결과물로서의 유기성을 두루 갖췄음은 물론, 연주, 보컬, 사운드, 그리고 뮤지션만의 아우라까지 모든 면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보기 드문 높은 완성도의 록앨범이며, 조금 깊게 바라보면 오랜 세월 이소라라는 뮤지션이 담담한 듯 처연하게 걸어온 아티스틱한 소우주가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목도하게 만드는 일종의 ‘인터스텔라’적인…… 미안하다. 사실 충격과 반작용의 영향이 가장 컸지만, 괜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어떤 이유든 2014년 한 해 동안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준 앨범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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