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드랙퀸’(drag queen)과 폭력, 주인공들의 애증과 혼란의 감정을 소재로 한 뮤직비디오의 파격적 영상과 노래의 주제를 보다 난해하고 파편적으로 구성한 가사가 일찌감치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미켈란젤로 원작의 《The Pietà》(1499) 속 겸허한 마리아의 표정과 달리 (스러진 이를 품에 안고) 마치 신에게 의문을 표하는 듯한 앨범 재킷 속 의뭉스럽고도 도발적인 모델의 모습은 음악과 작업을 대하는 이명의 태도를 고스란히 대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침없이 전진하는 비트 위, 자극적이고 불온한 악기 사운드에 불안한 보컬을 얹고, 그 위에 또 다른 긴장을 덧대는 이명의 방식은 분명 투박하고 노골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뻔하거나 작위적이지도 않다. 후반부에 터지는 뒤통수 얼얼한 스토리텔링은 없지만 본래 효과적인 도발은 눈앞에서 쉼 없이 내던져지고는 한다. ★★★

[조일동] 이 강렬하면서도 중독적인 전자음의 세계는 전시하는 내용마저 강렬하기 이를 데 없다. 전기 기타 샘플은 록을 연상시킬만큼 짜릿하며, 두 보컬이 만드는 혼돈스런 멜로디는 섹시함과 잔혹함이 교차한다. 한국 일렉트로니카의 수준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완성되었으며, 어떻게 개성을 갖추는지 증거하는 뜨거운 트랙. 클럽튠이 아니라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의 야외 무대가 연상되는 압도적인 소리의 충격적 향연. ★★★★

[차유정] 패셔너블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비트는 작업이 꽤 오랜 시간 이뤄지다 보니, 어느 순간 정형화된 틀을 만들어진 것 같다. 이 곡은 그러한 틀을 인정함과 동시에, 환상의 이미지를 근본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유아적인 센서를 발동하고, 비슷비슷한 어둠의 이미지를 무심하게 바라본다. 인트로 부분만 들으면 설익은 아이돌 음악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틀에 박힌 것에 대한 반발로 자리하는 표현의 한부분을 잔잔하게 살짝 들어올려주는 측면이 멋지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