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컨셉 점유 싸움과 빠른 팬덤 구축을 위해 공격적으로 경쟁 중인 동시대 걸그룹 사이에서, 케플러의 활동 간극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다만, 기존 K-Pop 음악적 얼개 위에 과하게 촘촘한 캐릭터 설정과 하이컬쳐의 ‘있어빌리티’를 덧씌우려 노력하는 타 그룹들과 달리, 케플러의 음악은 고전적인 후크송의 흡인력을 곡의 중심에 두고자 꽤 집요하게 노력하는 인상을 줍니다. 남들 하는 걸 안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한 가운데에도 후렴구에 대한 뚜렷한 집중력이 보인달까요. 초기 트와이스의 전략과도 음악적으로는 일견 유사할 수 있는 지점이 있겠습니다. (일부 팬덤 간 갈등은, 그래서 더 아이러니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너무 조잡하거나 잘게 쪼개져 있지 않은 것이 이 곡의 나름 미덕인 반면, 덕질놀이를 하는 재료로서는 다소 심심하게 들릴수도 있겠습니다.  ★★★☆

[유성은] 애초에 서바이벌 오디션 《Girls Planet 999 : 소녀대전》(2021) 출신인데 데뷔 EP 발표 이후 또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 2》(2022)를 거치며 현재의 위상에서 스토리텔링을 더욱 강화한 후 발표한 두번째 미니 앨범이다. 「Wa Da Da」(2022)처럼 다이나믹한 리듬을 유지하면서 청량한 멜로디와 시원한 코드 전개를 더해 '썸머튠'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전개와 후렴에서 마치 서로 다른 곡들 합쳐 놓은 듯 급격한 변화는 SMP의 문법을 생각나게도 한다. 중독성있는 킬링 파트를 여러 군데 배치하여 글로벌 팬들의 접근성도 높인 것도 눈에 띈다. 개성적인 멤버들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하는 무대 퍼포먼스 또한 서바이벌 오디션이나 데뷔곡에 비해 역량이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활동 경로를 거친 워너원이나 아이즈원처럼, 코로나 일상 복귀 시기에 맞추어 활발한 해외 활동으로 월드 스타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지 기대감을 가질만 하다. ★★★☆

[차유정] 전형적인 아이돌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패턴에도 불구하고, 군데군데 그루브한 느낌을 집약해 놓았다. 스쳐 듣기에는 요즘 트렌드를 모아놓은 듯한 편곡이 좀더 신경 쓰이는데, 이는 노래의 기교를 살려주는 연주 세팅에 가깝다. 고정된 스타일을 소화할 것인지, 아니면 팀이 지닌 보컬의 기교를 활용하여 스타일을 만들어 낼 것인지 선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