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356-5] 천용성 「있다 (feat. 시옷과바람)」

천용성 『수몰』
886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21.06
Volume 2
장르 포크
레이블 오소리웍스
유통사 포크라노스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정규 1집 『김일성이 죽던 해』(2019)로 인디 포크 팬들을 넘어서 주목과 인정을 받은 천용성이 2년만에 정규 2집 『수몰』로 돌아왔다. 앨범 전체를 들었을 때, 첫 앨범에서 그가 보여주었던 태도가 기본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느꼈다. 첫째로 싱어송라이터이지만 자신이 서사의 전달을 독점하지 않고 여러 객원 보컬들(특히 여성 뮤지션들)과 협업을 하는 방식도 이어지고 있다. 둘째로 개인적, 일상적 기억을 담담히 풀어놓는 서사 속에서 모두가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려는 음악적 태도도 그대로다. 전작에 비해 『수몰』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멜로디를 보다 귀에 잘 꽂히게 만들고, 보다 다채로운 사운드로 구현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전작부터 그의 조력자를 자처한 단편선 외에도 많은 인원의 세션들이 참여한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심플한 편곡의 곡이든, 록발라드·아트록의 경지까지 넘나드는 곡이든 나름대로 다 그가 작곡한 서사에 찰떡처럼 잘 붙는다. 특히 앨범의 첫 곡이자 타이틀곡인 「있다」는 데뷔작의 작법이라면 보다 단촐하게 편곡했을 것 같은데, 후반부로 갈수록 현악·관악 세션으로 스케일 커지며 한 편의 ‘아트 포크 팝’을 들려준다. 단순한 연인들의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많다’면서도 결국 세상 속에서 지쳤을 때 서로 위로 받을 수 있는 순간이 ‘사랑’이란 깨달음을 던지는 가사의 힘은 곡의 확실한 뼈대가 된다. 후반부에 천용성의 보컬과 합체한 느낌으로 들리는 시옷과바람의 코러스도 전작에선 찾기 힘들었던 에너지의 증가라 할 수 있다. 이 곡만 떼어놓고 봐도, 앨범 전체로 봐도 2021년 한국 인디 포크 씬을 대표할 만한 멋진 결과물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

 

[박병운] 음반 제목 『수몰』에서 느껴지듯, 전반적으로 상실과 공허의 정서가 짙게 다가온다. 음반에 더불어 동봉된 책자 《내역서 Ⅱ》과 함께 감상하면 더더욱 단순한 청음을 넘어선 감상의 질감을 느낄지도. 책자엔 전작에 대한 평단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활인으로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고뇌가 솔직한 화법에 실려 담담히 전해진다. 정치, 혹은 탐미나 유미주의와도 거리를 두는 듯한 천용성의 포크는 이번엔 이번 음반을 맞이해 좋은 음악 친구들(시옷과바람)을 조금 더 가까이 하는 형태로 채워졌다. 첫인상은 차분하고 언뜻 단조롭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플룻과 클라리넷 등이 가미된 편곡과 '있다'라는 가사의 반복으로 인하여 역설적으로 강조되는 있음과 없음의 갈래를 낳는 상실감이, 80년대 이후 포크에서 도드라지는 '산들산들함'의 정서와도 구별되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결국 연애 노래이지만, 심상치 않은 공기와 비감은 짙은 잔영을 남긴다. ★★★★

 

[조일동] 천용성은 균형을 중시하는 팝 가수다. 1980년대 스무드재즈와 퓨전에 감동했던 사람들의 팝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천용성은 여기서 화려함을 빼고 담담함을 넣었다. 덕분에 듣는 내내 소리 하나하나가 귀에 박히면서도 과하거나 질리지 않는 음악을 만든다. 살짝 침잠하는 담백한 목소리와 반대로 확장해나가는 연주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낸다. 놀랍다. 무너지는 자연을 보며 세상에 등돌리고 싶은 개인 천용성과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을 담은 음악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사회적 존재 천용성 사이의 균형이 소리로 표현되고, 완벽하게 전달된다. 이 놀라운 능력이 단지 감각의 산물인지, 학습의 결과인지, 혹은 둘 다인지 모르지만 듣는 내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일성이 죽던 해』(1994)보다 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인 『수몰』, 그 놀라운 작품의 타이틀 곡으로 더할나위 없이 적절한 곡이다. ★★★★☆

 

[차유정] '존재하는 지금'에서 시작해 과거의 흔적을 그려나가는게 아니라, 과거의 한 때로부터 규정되지 않은 상태인 지금을 내뱉는다. A에 의한 시간이 B의 결과를 만들어낸 흔적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지금'이라는 실토는 완성체를 두려워 하는 화자의 모습이기도 하고, 어떤 모습을 해도 나는 '지금을 살 수밖에' 없다는 슬픈 고백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의지와 상관없이 과거의 시간으로 가게 되는지에 대해 머지 않은 시간 내에 답을 줄수도 있지 않을까? '과거가 나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나는 과거를 왜 떠올리는가'라는 것에 대한 대답으로 말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있다 (feat. 시옷과바람)
    천용성
    천용성
    단편선, 천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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