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넘치는 것은 능력이요, 부족한 것은 정성이라

시베리안허스키 『Water 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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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정보
장르
2000년 봄이었을게다. 나는 한국 헤비메탈계의 큰 형님으로 불리는 모 밴드의 클럽 투어의 오프닝 밴드로 활동하고 있었다. 클럽 투어의 마지막은 신촌의 모 클럽이었다. 우리가 무대에 서기 전에 클럽 밴드가 먼저 무대에 올랐다. 훵키하면서도 블루스와 컨트리 뮤직이 뒤섞어 놓은 듯 개성이 넘치던 그 밴드는 무엇보다 시원시원하게 노래 잘하는 여성 보컬이 빛났다. 그러나 우리는 대기실(?)로 쓰이던 주방에서 마지막으로 악기를 조율하느라 그 밴드가 공연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그저 그들의 이름이 “시베리안 허스키(Siberian Husky)”라는 사실만 들을 수 있었을 뿐.

2002년 나는 여기 저기에 음악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집어 든 “송골매” 헌정음반에서 나는 다시 시베리안허스키를 만날 수 있었다. 역시나 훵키한 연주는 빛나고 있었고, 여성 보컬은 노래를 정말 잘했다. 클럽에서의 기억 때문일까, 어느새 난 그들의 팬이 되어가고 있었다.

2005년 나는 열심히 논문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시베리안 허스키의 EP가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보자마자 구입을 했다. 첫 곡 「룰랄레」부터 「Make up」까지 5곡의 오리지널 시베리안 허스키 사운드는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 밴드의 독집이 발매된다면 그것은 아마 그 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2006년 나는 드디어 시베리안 허스키의 독집 음반을 손에 쥐게 되었다. 곡명 따위는 쳐다 보지도 않고 음반 포장을 뜯자마자 플레이어에 씨디를 집어넣었다. ‘역시.....!’다. 유수연의 보컬은 언제나 그렇듯 허스키하면서도 힘있게 내지른다. 이번엔 강약 조절의 미를 터득한 듯, 더욱 원숙한 노래 솜씨를 들려준다. 한영애보다 담백하고, 이은미보다 시원하다. 어찌 들으면 Koko Tayler의 샤우팅도 생각나지만 그 보다 맑고 곱다. 정말 노래를 너무 잘 부르는 보컬리스트다. 이용운의 기타 솜씨도 여전히 훵키하다. 이번엔 지난 EP보다 훨씬 꼼꼼하게 세세한 부분까지 연하게 치는 경지에 이르렀음이 서너곡만 들어도 확연히 드러난다. 기분 좋아야 할 이 때, 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스러워졌다. 

사실 기분 좋게 음반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같은 밴드의 비슷한 스타일의 곡이라고 생각해도 너무 익숙한 곡들이라는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룰랄레」처럼 귀에 콕 박혀있던 곡이 나오자 지난 EP를 꺼내보았다. 그리고 찬찬히 곡명을 대조하기 시작했다. 아뿔싸! 13곡이 수록된 신보에서 4곡은 지난 EP에 실렸던 곡이고 3곡은 믹싱이 다른 버전들이다. 아무리 곡을 맛깔나게 쓰고 연주를 꼼꼼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정규음반 신보에서 반이 울궈먹기라면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P를 전혀 듣지 않았던 분들이라면 이 음반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물론 3곡이 리믹스로 재수록되어있긴 하지만. 특히 훵키함과 복고적인 음악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압도적이다. 「I Hate U」한 곡만으로도 이 음반은 가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니까. 정서용, 정경화, 이은미 등 한국에서 내노라하는 허스키 블루지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도전했지만 이르지 못했던 수준의 거칠음과 힘의 조화가 유수연의 목소리에 담겨있으며, 이 곡에서 200%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잘 알려진 「룰랄레」, 업템포로 편곡되어 재수록된 「유리병」 등도 유수연의 목소리로 다시 살아나는 곡들이다. 여기에 맛깔나는 리듬 기타와 딱 맞는 비율로 슬랩과 핑거링을 섞어내는 베이스 연주는 전형적인 업 템포 블루스 록이 되버릴 수 있는 곡들에 유수연의 목소리 못지않게 화려한 색깔을 입힌다. 시베리안 허스키의 음악은 복고 사운드지만 밴드의 개성만큼은 확실히 챙기고 있는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사 역시 음악만큼이나 복고적이다. 1980년대 한국 가요의 가사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던 단어들 - 바다, 오색 빛, 연인, 밤, 작은 섬, 새벽 종소리, 코트 깃, 눈물의 이별, ...... -이 이 음반에서 다시 만나지는 것도 매력이다. 이런 면에서「Make-up」, 「날아봐」 등의 가사를 음미해보는 것도 너무나 재밌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면만 보려해도, 빼어난 밴드의 정성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직 이 음반을 듣지 않은 사람들마저 실망할 필요는 없다. 워낙 나의 기대가 컸기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 이 음반은 여전히 올해의 주목할 음반으로 추천하고 싶은 음반이라는 사실도 변함없다. 단, 시베리안허스키를 꾸준히 좋아했던 사람보다 초심자들 앞에서 좀 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것도 생각해보니 별 문제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베리안허스키를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으니까. 아직 보여준 것 보다 보여줄 것이 너무 많아 보이는 밴드, 시베리안허스키의 좋으면서도 조금 아쉬운 첫 정규음반 얘기는 여기서 끝낸다. 그리고 (베이스 줄에 녹이 슬도록 그렇게 악기를 방치한 채 살아온 나와 달리) 여전히 무대를 지키는 시베리안 허스키 멤버들의 열정에 개인적인 박수를 보낸다.  

Credit


공식홈페이지 http://huskymusic.net
팬카페 http://cafe.daum.net/huskyband





●수록곡
01. Water Ball
02. 도마뱀
03. 룰랄레
04. 운명일거야
05. 중절모
06. I Hate U
07. 날아봐
08. Make Up
09. Hurt (Jazz House Ver)
10. 도마뱀 (Jazz House Ver)
11. As A Fickle Cat (Jazz House Ver)
12. As A Fickle Cat (Club Mix)
13. Water Ball (Club Mix) 




●음반정보
Produced by 신대철
Recorded by 박재현, 이미성
Recorded at bamboo studio (추계예대)
Mixed by 신대철
Mixed at bamboo studio
Mastered by 신대철
Mastered at bamboo studio
All programed by 신대철, 이용운
English vocal directed by Michael Haze
Club mixed by Michael Haze (track 12, 13)
all songs written by 시베리안허스키





Voice performing 유수연
Electric & accoustic guitar performing 이용운





Bass performing 이환희
Drums performing 박태현 (except '중절모' by 김상화)
Keyboard perfoming 안재중
Chorus 유수연 ('중절모', '운명일거야' feat. M.C.Rink)
Rap M.C.Rink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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