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고양이는 항상 이긴다』(2015)는 분명 그 해에 주목해야 할 음반이었다. 통상적인 인디 팝/록에 비해 특출나게 뛰어나거나, 완벽함을 추구해서가 아니다. 테크닉적으로 보이는 어설픔에도 불구하고 빈티지한 신스, 일렉 사운드를 팝, 록에 점묘로 콕콕 찍는 센스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의 「L.I」를 꼭 들어보자.) 혼성 일렉트로닉 밴드인 Southway나 러브엑스테레오의 특성을 포함해 펑크와 같은 과감성도 한스푼 더 담은 측면도 있었다. 그래서 「해야」는 ‘제목부터 느껴지는 무게감이 과연 이 밴드와 어울릴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정돈이냐, 치고 달리는 로킹함인가’를 비롯한 무수한 선택과, 그에 대한 정확한 기회비용 지불이 좀 더 나은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분명 기타리프 위에 정자세로 얹은 신스사운드는 일단 신선하게 들린다. 그러나 가사와 분위기가 주는 무게감에 비해 살짝 붕뜬 보컬과 언밸런스한 믹싱은 이를 방해하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선택에 따른 포기가 아쉬운 딜레마가 마디마디를 괴롭힌다. 한편으론 한곡으로서의 서사성이 조금 단단해졌다는 평도 할 수 있다. 멜로디로 표현하는 기승전결과 연결하는 개연성은, ‘팝’스러움의 미덕으로서 잘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용이 조금 거추장스러운 것은 이 밴드가 오롯이 ‘윈디캣’이기 때문이다. ★★★

[정병욱] 우리는 종종 모범과 전형이라는 두 가지를 혼동한다. 단어의 의미가 국어에서 동일하게 쓰이기도 하며 확실히 서로 관련이 있는 것도 맞지만, 적어도 작품을 대할 때 이들은 구분해서 써야 할 단어들이기도 하다. 「해야：邂夜」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윈디캣 밴드 자신에게도 능숙한 '부분적 전형'들을 취하고 있다. 명료한 펑크의 태도와 경쾌한 멜로디, 디스토션을 강조한 얼터너티브 사운드 등이 버무려져 앨범소개 마냥 윈디캣의 초창기 전형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러나 조금씩 전형을 비틀어 그 종합은 모범에 이른다. 빠른 리듬에 위배되는 은유적이고 성찰적인 가사, 호쾌한 드럼 및 상쾌한 전조와 다른 멜로디의 처연한 여운, 거친 기타 리프 위로 여느 때보다 더욱 존재감을 발휘하며 덧대어지는 신스사운드의 낯선 감각은, “밤을 마주친다.”는 ‘해야(邂夜)’의 제목과 ‘해(sun)’를 부르는 가사 속 “해야” 사이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으면서도 모순된 의미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져 노래의 의미를 더욱 그럴 듯하게 심화한다. 물론 듣는 이에게 중요한 것은 내용보다 그것이 초래하는 청각적 심상이겠지만, 이마저도 「해야：邂夜」는 그만의 직선적인 전형에 음영과 굵기를 더해가는 입체적 표현을 통해 노래만의 모범적 개성을 완성한다. 우직한 기타 리프와 드럼, 이내 그 위를 화려하게 수놓는 신스사운드와 보컬은 전형의 영역이다. 고조되는 사운드와 이별을 담고 있는 가사의 뜨거운 감정선과 달리 의외로 무심한 김혜림의 보컬과 실상은 열정과 냉소를 오가는 현실, 이내 말미에 보컬이 돌림노래로 중첩되는 장면 등은 내용을 충실히 드러낸다는 점에서의 형식미를 넘어선 변형적 모범의 영역이다. 이토록 말하고자 하는 바와 들리는 바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합일할 수 있는 것은 분명 경력으로 퉁칠 수 없는 재능이다. ★★★☆

[차유정] 부드러운 음색과 적당한 리듬감이 있는 곡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조용한 스타일이다. 기묘하게 현실을 읊조리는 듯 하지만, 우울한 지금에서 조금씩 바깥으로 나오는 자신을 표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희망을 이야기할 때 쓰는 과잉된 에너지의 나열 없이 최대한 균형감과 감정을 조절하면서 곡을 끌고 간다는 점이 특별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