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64-4] 팎 「살 (煞)」

팎 (Pakk) 『살풀이』
1,57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7.08
Volume 1
레이블 미러볼뮤직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김대인(보컬, 기타), 박현석(베이스), 김태호(드럼)으로 구성된 팎은 『곡소리』(2016)를 통해 데뷔했다. 그러나 이 음반은 오직 카세트 매체로만 발표되어 대중과 쉽게 다가가기엔 한계가 있었다. (지난 5월에서야 국내 음원 사이트에 등록되었다.) 지난 EP에서도 그랬지만, 첫 정규작인 『살풀이』를 통해 이들은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그런지, 스토너/슬럿지, 심지어는 포스트 메탈까지 떠올릴 수 있는 노이지한 기타의 톤과 헤비하게 긁어대는 리프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추상적이지만 가슴에 와 닿게 던지는 '분노'의 메시지와 이를 형상화하는 사운드로 록 팬들의 귀를 압도한다. 또한 서양의 장르를 통해서 (음반의 커버에서도 보여지지만) 한국적/동양적 '한'이 서린 무게감을 제시하는 개성도 확고하다. 특히 이 곡에서는 전체적인 사운드의 핵심을 잡는 기타의 반복되면서도 나름 변주를 가진 스트로크의 향연 속에서 세 멤버들의 탄탄한 연주의 합이 강력한 긴장감을 뽑아낸다. 올해의 록/메탈 계열 밴드들 가운데 가장 확고한 개성으로 똘똘 뭉쳐진 밴드가 전하는 야심찬 사운드의 향연이다. ★★★★

 

[박병운] 포스트록에 스크리모, 하드코어 및 개러지 등을 융합해내며 정체는 비교적 명료하되 방향성은 쉬이 예측하기 힘들었던 아폴로18 이후의 길에서 해파리소년 김대인은 UFO와 음모이론 등을 걷어내고 민속화를 차용한 요소들과 한글 가사 등을 가져왔다. 물론 소음과 리듬의 난무 속에서 좀체 가사는 명확히 들리지 않으며, 아이디어 뱅크 김대인의 베이스가 이 곡 안에서 유난히 거세게 활약한다. 보다 직접적으로 바깥 세상을 겨냥하며 잔뜩 노기를 드러낸 가사와 아폴로18 당시의 난장이 그리웠던 사람들을 흡족케하는 사운드는 발군이다. 몸을 움직이게 하면서도 머릿 속을 고민하게 했던 전 밴드와 달리 팎에 접어들어 김대인은 바로 대노하며 발화하는 보컬, 분노에 즉각 반응하는 원시성과 민중성 사이의 육체 쪽을 택한 듯하다. ★★★★

 

[정병욱] ① 본 싱글을 수록한 앨범의 타이틀은 ‘살풀이’다. 팎의 김대인은 거두절미하고 이 앨범이 살풀이의 음악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사실 아무리 단일한 텍스트라 해도 그것이 품는 의미나 감상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폴로18의 각양각색의 빡셈 중 한 줄기 그만의 유지를, ‘아트모’를 거쳐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팎의 일관적 정서와 중량감은, 밴드가 한정한 그 의미로 집주하고 파고들 수밖에 없는 강한 구속력을 갖는다. 그렇다. 이 노래는 살풀이 음악 속 풀어야 할 대상인 ‘살(煞)’일 수밖에 없다. ② 우리네 삶 근저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다양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중 어느 날 갑자기 끼어들어 우리를 해칠지도 모를 '모진 기운으로서의 살'은 곧 내가 죽기 않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대상이다. 다시 말해 살의 특징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그것이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과 '분명 흉악한 것'이라는 사실, '그럼에도 꼭 풀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보이지 않는 실체 살에 대한 접근은, 이를 구체화하는 명징한 리프와 선율로부터 이루어진다. 트랙의 초장부터 등장하여 점층적으로 멜로디로 변화하는 강렬하고도 중독적인 기타 리프의 반복이 그렇다. 팎과 동류인 아폴로18이나 아트모에서만이 아닌 ‘해파리소년’이나 심지어 ‘가게’에서도 알 수 있었던 김대인의 서정적이고 분명한 선율감각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눈먼 공간에서 표적을 잡아내는 최적의 공격은 무차별 공격이듯이 다 잡아낼 수 없는 살의 표적지는 추상적인 가사와 희미한 보컬, 벗어날 틈 없이 빽빽하고 풍성한 스트로크를 활용한다. 살을 대하는 공격정신과 풀이는 정격과 변주를 번갈아가며 무속적 광기를 뿜어내는 드러밍을 통해 드러난다. ③ 이 같은 「살」의 인상적 감각은 그 자체로 완벽한 감상의 미학과 주제의 의미를 완성한다. 우리는 흔히 약속된 상징과 장르성에 따라 손쉽게 피 토하는 음악을 말한다. 그러나 이는 순수한 감각이나 감상을 무시한 처사이다. 최소한의 밴드 구성이 선사하는 투박한 중량감, 이를 증폭하면서도 알 듯 모를 듯 변죽을 울리는 사운드의 쾌감, 분명한 목적과 주제의식을 종합하는 이 노래 「살」이야말로 포스트록이니 하드코어니 작명을 거부하는 진정 피를 토하는 음악이자, 살풀이 방법서설이라고 할만하다. ④ 아, 그리고 기억하시라. 앨범이 싱글보다 더욱 좋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3
    살 (煞)
    김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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