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110-2] 김상철 「다 지나가더라」

김상철 『내 옆에 핀 꽃』
2,238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08
Volume 1
레이블 칠리뮤직코리아

[박병운] 바싹 마른 고목 같은 건조한 목소리에 세상사를 다 포괄하는 듯한 달관의 가사들을 들으면 느낌이 온다. 이 곡이 세상사 유행 일변도와 아무 인연 없는 음악이라는 깨달음을 주거니와 외마디 울음을 뿜는 일렉 기타음은 시간을 뒤로 돌린 듯 고풍스럽게 들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여기에 끼어드는 베이스의 탄력과 사이키한 건반음이 관조의 시간을 흩트려놓고, 귀를 정신없이 만들 때 그저 누추하게 늙어가는 육체가 되려는 음악이길 거부함을 깨닫게 된다. 음반 후반부에 반복되는 어쿠스틱 버전은 조금 더 잠언답게 들리지만, 포크록의 씩씩함과 포용력을 지닌 이 버전에 약간 더 마음의 추가 기운다. ★★★☆

 

[조일동] 한국 포크는 고래로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지표층에서 활동하는 이가 따로 있고, 그 아래 지각 수준에서 암약하는 존재가 있으며, 또 그 아래 멘틀층(?!)에서 부글거리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은둔자가 따로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그마처럼 저류하며 멘틀층에 머물던 포크 아티스트 중에 간혹 화산처럼 지상으로 뿜어져 나오며 존재를 드러내는 이도 있지만, 지하 저 깊은 곳에서 심성암(深成岩)처럼 아주 천천히 자신의 음악을 굳혀나가는 사람도 있다. 심성암에도 여러 형태가 있는데 그 중 100제곱 킬로미터 이상의 규모를 가진 경우 저반이라 한다. 이러한 저반이 또 다시 오랜 시간에 걸친 지각의 변화로 지상에 노출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주변암을 절단하는 접촉관계를 갖는다고 한다. 주변과 절단된 채 오랜 시간 끝에 세상에 드러난 엄청난 크기의 단단한 바위 덩어리, 김상철의 음악을 들으며 떠오른 유일한 생각이다. 신디사이저와 아밍이 어우러진 인트로의 오리지널 버전 뿐 아니라 어쿠스틱 기타와 여성 코러스만으로 이루어진 어쿠스틱 버전조차 이토록 사이키델릭함으로 그득하다니. 그 사이로 흐르는 투박한 목소리의 질감은 가사의 ‘다 지나가더라’는 포크 특유의 관조 자체다. 포크-사이키델릭의 심성암이 마침내 지표로 모습을 드러냈달까. 그런데 이러한 거대한 저반의 일부가 지표에 노출되었다고 감히 알 수 있겠나? 지표에서 보면 작은 돌덩이인지 거대한 저반의 일부인지 알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멘틀에 머물지 않고 다 식고 굳어버린 모습이라도, 세상 사람들이 이 한 장을 앨범을 보고 그 아래의 깊이를 알지 못하더라도, 어쨌건 지표 위로 모습을 내미니 반갑다. 투박하지만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멋진 앨범, 두툼한 노래다. ★★★★☆

 

[차유정] '실존'이라는 거대한 피곤을 묘사하지는 않는다. 내 자신이 재가 되어 타오른 후, 흔적없이 돌아와 세상의 피곤에는 이런 모습도 있다고 읇조리는 것 같다. 삶의 피곤함과 문득 불끈 솟는 살의에 일희일비 하는 것은 그냥 영혼을 갉아먹는 것일뿐. 그것 또한 생의 다가 아니라는 사실은 언뜻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냥 머릿속에 넣은채 실천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화자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위안이 되진 않겠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역시 모든 것은 시간이 약'이라는걸 투박하고 따뜻하게 고여있는 목소리로 전해준다.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노래는 미래를 꿈꾸는 지점에서만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척박한 현실에도 눈을 맞추고 같이 숨쉴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곡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다 지나가더라
    -
    -
    -

Editor

  • About 음악취향Y ( 3,468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