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Review

[Single-Out #94-1] 김윤아 「키리에」

김윤아 『키리에』
1,973 /
음악 정보
발표시기 2016.04
Volume Digital Single
레이블 인터파크INT
공식사이트 [Click]

[김성환] 『315360』(2010)이후 거의 5년이 지나서야 김윤아의 솔로 활동의 소식이 들려왔고, 두 곡의 TV드라마 OST에 이어 드디어 새 앨범의 전조가 될 수 있을 신곡으로 돌아왔다. 사실 '목소리로 연기를 한다'는 표현은 2000년대 한 때에는 김윤아를 비판하기 위해 평론가들이 써먹던 표현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보컬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그녀가 가진 최대의 장점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다. 싱어송라이터라고 꼭 자신의 이야기만을 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실제로 그녀는 자우림, 그리고 솔로 음악들 속에서 가공의 세계를 노래할 때 더 묘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표출해왔다. 이번 새 노래 역시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상실한 자들의 처절한 슬픔'을 대신 표현해 주고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어쩌면 그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슬퍼하는 그 사건을 상징하는 것으로 들리기에 그녀의 이 처절한 '목소리 연기'에 강한 현실성이 부여되고 있다. 또한 그녀 역시 그 슬픔에 공감하며 노래하고 있음이 보컬의 섬세한 떨림과 처연하면서도 천천히 폭발하는 울림 속에서 느껴진다. 그래서 세상의 슬픔과 자신의 공감이 한데 어우러진 이 노래는 김윤아의 커리어를 비추는 새로운 섬광으로 자리할 자격이 충분하다. ★★★★

 

[박상준] 김윤아의 목소리는 모던이라는 수식어를 단 아가씨의 복고를 갖고 있다. 「도쿄 블루스」(2010)의 서사와 「야상곡」(2004)을 떠올려보라. 헌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대무용과 콜라보한 무대를 선보이는 팝 아티스트의 필드 속 존재감 같은 것, 대중에게 호소하기 위한 자격, 설득하기 위한 자태를 모두 갖추고 있다. 한껏 볼륨을 높인 건반은 척박한 땅이고 탁한 노이즈는 그곳을 나뒹구는 돌과 먼지다. 무심하게 매만진 탓에 격정적인 오버더빙의 하이라이트가 반복될 즈음에 여전히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인터뷰 속 김윤아가 떠오른다. 벌써 세 번째 사월이 지나갔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고 다들 짜증이 날 정도로 그렇다. 절망을 토해내는 김윤아의 자의식을 지적하던 목소리들을 김윤아는 분노를 씹으며 설득했다. 그런데 비로소 김윤아의 이야기가 연극적이지도, 판타지스럽지도 않은 건 본인이 의도한 것일까? 만약에, 세상이 변해서 그런 거라는 가설은 너무 슬프지 않나? 음악이 아직도 현실에 공헌할 수 있을까? 바꿀 수 있을까? 그 가치는 똑같을까? 「키리에」는 현답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묻고 있다. 몇 번을 연달아 묻고 있는 것이다. 누구든 답을 안다면 말해줬으면 좋겠다. ★★★★

 

[정병욱] 가사 이면의 이야기가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김윤아 스스로 말했듯 「키리에」를 듣고 떠올리는 공통의 기억이 하나의 정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우슈비츠 이후 브레히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1944)이라는 시를 통해, 거꾸로 아도르노는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스럽다”는 표현을 통해 슬픔의 가치와 예술의 한계를 고민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수 없이 크고 작은 21세기 비극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는 합당한 고민과 사유를 반복하고 있는가. 누군가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외면하거나 이제 그만 잊어버리자고 한다. 어떤 이는 슬픔의 가치를 ‘정치적 이용’이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함께 슬퍼하다가도 현실의 생존을 위해 삶의 고삐를 바투 잡느라 과거의 슬픔과 멀어지게 된다. 다행인 것은 간헐적으로라도 마땅히 노래해야 할 것을 노래하는 몇몇 예술을 통해 우리가 고통을 다시 기억해낸다는 사실이다. 「키리에」는, 이성(理性)의 한계가 인공지능에 이르러 자연종교를 더 이상 찾지 않을 것 같은 시점이 되었다 할지라도, 여전히 신을 울부짖어 찾게 되는 순간 미증유의 고통을 직선적이고도 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수많은 노래로 다채로운 감성을 보여주면서도 주로 비유적 표현을 써온 그이기에, 우회나 여과 없이 감정을 치열하게 묘사한 이번 가사가 이례적일 수도 있지만, 그리스 비극 서사시의 한 대목과도 같은 처절한 감성은 김윤아가 본래 자랑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건반 위주의 소편성으로도 그 위에 가슴을 두드리는 타악 효과와 적절한 코러스 활용을 통해, 노래의 드라마틱하고도 무겁고도 서늘한 감정선을 잘 살려냈다. 지난 4월을 추모하거나 할 만한 작품 가운데 유난히 개인의 내면과 매우 밀접하게 닿아 있는 노래이자, 한정적 시점(視點)과 정서만으로도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환기하는 작품이다. ★★★★

 

Track List

  • No
    곡명
    작사
    작곡
    편곡
  • 1
    키리에
    김윤아
    김윤아
    김윤아

Editor

  • About 음악취향Y ( 3,462 Article )
SNS 페이스북 트위터
TOP
Error Message : Query was empty